정부 `김윤규 비자금 의혹’에 칼 대나

통일부가 2일 현대측에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한 것은 정부가 비자금과 남북협력기금 간의 연결고리 유무 파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 의혹이 불거진 9월30일 “현대아산에 남북협력기금을 직접 지원한 바 없는 만큼 기금을 유용,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그럼에도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같은 날 현대그룹도 김 부회장이 유용한 회사 공금이 11억2천만원 정도라고 밝힌 뒤 그 가운데 일부 남북협력기금이 포함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남북협력기금은 현대아산 계좌를 통해 사용되지 않았기에 유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입장이 나온 것은 현대로 흘러들어간 1천100억원이 넘는 협력기금이 수출입은행과 현대아산의 컨소시엄 파트너인 한국관광공사, 그리고 조달청을 통해 각각 집행됐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 기금이 현대아산에 들어갔지만 그 때부터는 이미 기금이 아니라 회사자금이 됐다는 논리였다. 현대아산 내부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더욱이 당시에는 현대측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직접 받아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입수했다는 현대측 감사보고서가 1일 보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사보고서 사진까지 싣고 ‘김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금액 중에는 남북경협기금 관련 금액이 약 50만달러’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남북경협기금이란 남북협력기금을 지칭한 것이다.

결국 통일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현대측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부가 취할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혀, 확인 결과가 비자금과 남북협력기금의 관계가 분명해질 경우 응당한 조치를 취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확인 과정은 현대아산과 관련된 남북협력기금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집행됐고 김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지 여부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대와 연관된 것은 2001년 6월 한국관광공사 대출금 900억원, 2002년 초.중.고.대학생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 215억원, 2004년 금강산 도로포장공사 27억원, 중.고생 금강산 체험학습 경비 지원 29억7천만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현대측 감사보고서와 구체적인 설명을 받아보면 어느 사업에서 기금의 일부가 비자금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에 대한 주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광공사 대출금은 감정 절차를 거쳐 온정각과 문화회관, 온천장 등 금강산 시설물을 현대측으로 구입하는 데 사용됐고 관광경비 보조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집행됐기에 투명하게 집행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금강산 도로포장 공사는 조달청이 현대아산에 발주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사비 산정과정 등에 의혹의 눈길이 상대적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혹이 의혹으로만 끝날 지, 사실로 확인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통일부도 이때문에 향후 정부가 취할 조치에 대해서도 발언을 삼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취할 조치를 말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을 부를 수 있다”며 “내용을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통일부가 직접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할 가능성이 통일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기금이 지출 목적 외에 사용된 경우 지출된 기금 전부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미 감사원이 남북협력기금의 유용 가능성 등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남북협력기금 집행 및 사용실태 전반에 관해 감사하겠다는 방침을 표시한 만큼 통일부의 확인작업과 관계 없이 바로 감사에 착수될 가능성도 있다.

감사결과 남북협력기금 유용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유용 당사자에 대한 수 사의뢰는 물론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관리책임 여부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의혹 확인작업이 김 부회장의 결백으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수사기관의 수사나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전면 감사로 확대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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