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학계, 대북정책 정면공방

▲ 6일 열린 ‘북한 핵문제와 한국외교의 진로’ 토론회

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학자들의 주장과 남북교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정부관계자들의 주장이 한 자리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외교협회>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6일 공동주최한 ‘북한 핵문제와 한국 외교의 진로’라는 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구본학 교수는 “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경협과 교류협력사업은 추진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北 핵보유 선언에도, 남북경협은 이상無

▲ 구본학 교수

구 교수는 “북한이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마당에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속하며,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된 화해협력정책과 대북 경제지원에도 불구하고 남한에 대한 북한의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은 것은 그간의 정책이 별 효과 없이 추진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화해협력만 주장하는 것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 관계자로 참석한 외교통상부 김숙 북미국장은 “대북지원은 무조건적 퍼주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 당국자들 간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며 “일방적인 화해협력 정책과 경협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 김숙 북미국장

김 국장은 “평화번영정책은 원칙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화해와 협력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지만, 북한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반응도 기대하고 있다”며 “즉각적 반응은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북한이 계속적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도 더 이상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부 “남북교류가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

통일부 박찬봉 통일정책심의관는 토론을 통해 “남북관계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병행해 해결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남북교류는 사안마다의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을 지속하고 있다는 구 교수의 비판에 “북핵 상황 하에서 남북 간 경제관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3대 경협사업은 이미 합의돼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로 새로운 프로젝트는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현상유지 차원에서만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 교수는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북정책과 관련 제2기 부시 행정부와의 공감대 형성 및 정책적 공조체제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핵 해결, 미국과 對北인식 일치시켜야

그는 “북한 정권의 비합리성, 인권탄압, 대량살상무기 위협, 핵무기 보유 등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미국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면서 “북한 핵 문제의 한계선(red-line)에 대한 한미 간의 인식 일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우리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숙 북미국장은 “레드라인에 관해서는 어느 정부도 설정한 바가 없다”며 “공식적 레드라인이 없으므로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명확한 레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활동범위나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주한미군 재배치,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미 간 최근 현안문제들은 양국 정부 당국자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며 “실제적으로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위기의식이 퍼져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