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대북방송, 민간으로 돌릴 때 됐다

35년간 진행되어 오면서 우리 북한 동포에게 아주 친근한 이름인 KBS사회교육방송이 2007년 8월 15일을 기해 한민족방송(Global Korean Network)으로 그 명칭을 바꾸었다.

이것은 단지 이름만 바뀐 것일까? 방송의 성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일까?

한민족방송의 출범은 단지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 방송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바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 방송에서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대중, 대러 동포 방송으로 성격이 전환되었음을 선언한 것이다.

대북 방송의 축소 또는 포기 의미

원래 사회교육방송의 전신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과 더불어 출범한 ‘자유 대한의 소리’ 방송이었다.

이는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 방송이었다. 이 방송이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거치면서 명칭이나마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회교육방송이라고 개칭한 것이다. 그러나 7.4 남북 화해도 오래 가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교육방송의 내용은 ‘자유 대한의 소리’와 동일하게 북한을 자유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줘 왔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가 햇볕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교육방송은 그 방송 내용에 있어서 또 한번의 전환을 가져 온다. 햇볕 정책 기조에 따라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은 가능한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교육방송에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중국, 러시아 동포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 대폭 확충된다.

필자가 2007년 6월에 사회교육방송을 분석해 본 바에 따르면 사회교육방송 프로그램 중 80% 정도가 중국, 러시아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20%만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햇볕 정책 추진 10년만에 대북 방송 성격의 프로그램이 1/5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사회교육방송의 명칭에는 그 35년 역사가 말해주듯이 대북 방송이라는 이미지가 아주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민족방송’으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이제 전문 대북 방송이라는 이미지까지 탈바꿈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럼 대북 방송에서 대중, 대러 동포 방송으로 성격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한민족방송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는가? 즉 대북 방송을 사실상 포기한 KBS 선택은 바람직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북 방송은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 공영 방송이 주도하는 것보다는 사명감이 투철한 민간 방송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즉 이번 기회에 정부의 대북 방송은 줄이되 민간 대북 방송을 육성해야 한다. 왜 정부 대북 방송 보다는 민간 대북 방송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가?

정부 주도 대북 방송의 세 가지 한계

먼저 정부가 주관하는 대북 방송에는 크게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1)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 방송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방송이 아니라 선전(propaganda) 방송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부 방송이 사실을 왜곡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한국은 특히 민주화된 이후에 정부의 대북 방송에서도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 선전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북한 주민들은 다르게 받아 들일 수 있다. 자신들이 들어오던 정부 방송, 즉 북한 정부의 방송은 언제나 선전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 같은 시각으로 한국 정부의 방송을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2) 정부 주도의 방송은 정부의 정책이 바뀜에 따라 그 방송 성격이 변할 수 있다.

7.4 남북 공동 성명 이후에 ‘자유대한의 소리’에서 사회교육방송으로 명칭을 바꾸고 또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이후 사회교육방송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에서 드러나듯이 정부 주도 방송은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요동칠 수 밖에 없다. 방송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보수적인 성격으로 또 바뀌면 방송의 성격이 또 변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정부 주도 방송은 일관성을 가지기가 어렵다. 이걸 듣는 북한 주민들은 방송 성격이 정권이 바뀜에 따라 바뀌는 것이 어리둥절할 것이다.

3) 정부 방송의 예산 비효율성이다.

북한 주민들은 대개 밤 시간(저녁 7~새벽 2시)이나 새벽 시간(새벽 5~8시)에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그래서 아침 9시~오후 6시 사이에는 굳이 방송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지극히 낮다. 즉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방송은 자기 돈이 아니라 국민 세금을 쓰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청취하기 어려운 시간에도 방송을 해오고 있다. 현재 KBS 방송은 하루 20시간 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를 10시간으로 줄이더라도 거의 같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방송 시간 단축으로 인해 남는 예산은 민간 대북 방송 지원을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부 대북 방송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민간 대북방송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요구

민간 대북 방송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이 더욱 다양하면서도 신뢰할만한 정보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북한 주민들은 남한 정부 방송을 불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여러 가지의 정보원으로부터 교차 확인할 때 훨씬 높아진다. 가령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사건을 정부 방송에서만 들을 때와 여러 개의 민간 방송으로부터도 함께 들었을 때를 비교해 보라. 어떤 경우 그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겠는가? 당연히 여러 개 방송, 특히 정부 방송과 민간 방송 모두 동일한 내용을 방송한다면 그 신뢰도는 훨씬 높아진다.

또 민간 방송도 한 개의 방송국이 아니라 다수의 방송이 함께 방송을 한다면 그것을 듣는 북한 주민의 신뢰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도 한 가지 의견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권리가 있다. 남북 회담의 결과가 나올 때 그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만약 정부 방송 뿐 아니라 다수의 민간 방송이 있다면 북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북 방송에서도 다원주의는 보장되어야 하고 장려되어야 한다.

시대와 국민의 요구

마지막으로 민간 대북 방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이 시대와 한국 국민들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방송 민영화는 이미 시대의 대세이다. 이미 국내 방송은 TV든 라디오든 무수히 많은 민간 방송이 생겨 국영/공영 방송과 경쟁하고 있다. 해외 방송, 대북 방송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막을 수도 없다.

이미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은 한국 정부가 무선국 허가와 주파수 제공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해외에도 주파수를 임대하여 방송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일본 납북자 단체의 대북 방송인 시오카제(潮風)의 무선국 승인을 하고 주파수를 제공했다.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등에서는 이미 해외 방송도 민간 방송의 주파수 사용을 전폭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민간 대북 방송이 시작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한국 국민들의 대북 방송에 대한 요구도 결코 적지 않음이 확인되고 있다.

민간 참여 방송의 기치를 든 열린북한방송에는 현재 10개의 민간 기관/방송국과 14개 대학 방송국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CBS, PBS, 인천 FM 등 핵심 민간 방송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 방송국으로는 한양대, 동국대, 경희대, 중앙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으며 이 대학 방송국들은 대북 방송 참여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국경없는 대학방송’이란 연합체까지 만들었다.

앞으로 열린북한방송을 통한 민간 대북 방송 열기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대북 방송에서 국민 참여 열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가 방관만 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에 대한 정부의 책임 포기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북 방송은 정부가 하는 것보다는 사명감있는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낫다. 만약 한민족 방송이 일부나마 대북 프로그램을 계속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럴 때에도 대북 방송에서 민간과 정부가 북한 주민을 위한 방송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민간 대북 방송과 정부의 대북 방송이 건설적인 경쟁을 한다면 그 방송의 소비자인 북한 주민들은 훨씬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을 위해 민간 대북 방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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