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안 의도와 남북관계 전망

정부는 8월 11일 북한에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을 다룰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9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그 주체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다.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면 드레스덴 제안이나 통일준비위원회 발족과 관련해 북측에 소상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추석 이산가족 상봉문제, 9월 아시안게임 북한참가 문제,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및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 남북 간 포괄적 현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19일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정부는 19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북측이 원하는 날짜를 고려할 수 있도록 유연성 있게 제안을 했다. 과거 남북관계에서 보면 군사훈련을 할 때 회담이 안 열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전격적으로 대북 제의를 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련의 큰 행사일정 때문이다. 8월 10일 ARF에서 북일 외상 회담, 8월 14일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 방한, 8월 15일 광복절, 8월 18일부터 을지연습 및 을지프리덤 가디언 연습, 9월 8일부터 추석 시작, 9월 19일부터 인천아시안 게임 시작, 11월 미국 중간선거, 11월 베이징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등 수많은 행사일정들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장악의 호기로 판단한 것 같다. 특히 교황방문 및 광복절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것으로 본 것 같다.

둘째, 7·30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에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남북문제의 전향적 조치를 위한 정치적 지지기반이 조성된 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판단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은 1월 6일 ‘통일대박론’을 발표했고,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드레스덴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통일문제를 이슈화하지 못하였다. 통준위도 발족시키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각종 국내문제로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은 많은 차질이 빚어졌다. 북한 주민을 구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의 사도’ 교황방문이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7·30 재보권 승리를 분위기 전환의 기회로 삼은 것 같다.

셋째,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었다. 북한은 지난 2월 고위급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 이후 지속적으로 대남 위협을 지속하였다. 북한은 시간,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를 긴장시켰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2~7월 사이 8종 25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국회 정보위에서 보고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 ‘드레스덴 제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흡수통일 기도’, ‘자유민주주의식 통일 기도’, ‘대북 침략 훈련’ 등으로 곡해, 비난하였다. 북한의 이러한 오해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레세스’, ‘드레스덴 제안’, ‘DMZ세계평화공원’ 등의 추진을 가로막는 큰 장애이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게 그 진정성을 설명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사실 대북 제안은 북한의 협조없이는 달성하기 힘들다.

넷째, 주변 환경의 변화이다. 일본은 5월 28일 스톡홀름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면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최종적으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한일관계 악화를 빌미로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전격 단행했다. 북한은 한일관계 악화 틈새를 노리고 허를 찔렀다. 중국 역시 겉으로는 한중관계를 좋게 가져갔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북 지원을 지속하였다. 중국도 남북관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나진지역 개발, 러시아 가스관 설치 등을 이유로 남한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였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박근혜 정부는 선제적 대북 제안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당장 대답하는 대신 이해득실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마치 시간은 자신의 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우선 교황 방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교황은 ‘평화의 사도’로서 한반도 평화 및 남북대화를 강조할 것이다. 이것은 남한이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을 압박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둘째, 박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경축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한에 대한 전향적 태도 여부가 나오면 그때 응답을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남한의 제의를 무조건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날짜를 변경하는 역제의 가능성은 있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 게임 참가를 번복하기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남한과의 대화를 통해 각종 혜택을 받아야 한다. 나아가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등도 받아내어 원산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북중관계, 북러관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본 및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김정은의 입장이다. 7·30재보선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함으로써 북한이 더 이상 남한의 분열을 활용하는 전술을 구사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이 실리를 챙기지 못한 채, 마냥 전술적 행동만을 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비록 중국과 최소한의 경제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 부채 탕감 등 러시아의 우호적인 대북 정책이 펼쳐지고는 있지만 김정은이 천명한 20개의 경제개발구 발전에 필요한 외화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특히 북일관계는 미국의 제동으로 인해 실질적 관계개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일본자금을 통한 개발구 발전 전략은 단기간내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댈 곳은 남한밖에 없다. 앞서 필자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제안를 제기한 배경을 제시했는데 어쩌면 박근혜 정부가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을 지모른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마음이 변하기 전에 재빨리 먹이감을 낚아채야 할 것이다. 시간은 마냥 북한편만 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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