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진짜 ‘요덕스토리’ 안 볼래?

▲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상을 그린 뮤지컬 ‘요덕스토리’ ⓒ데일리NK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열리고 있는 서울 양재교육문화회관에 각계 주요 인사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공개 리허설 당시 공연장을 찾은 박진 의원부터 박근혜 대표까지 줄잡아 30여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前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도 공연장을 찾았다.

‘요덕스토리’는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 현장이라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뮤지컬로 표현한 작품이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이 공연은 지난 15일 개막 이후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장은 초등학생들부터 중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연일 북적대고 있다.

지난 24일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도 정치적 접근, 군사적 접근 이전에 ‘요덕스토리’와 같은 인권적 접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꼭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 이종석 장관 세 분은 나란히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고 감상평을 공개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우리가 다른 공연을 다 보면서 그것만 안본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공연도 여유가 없어 못보고 있는 상황에서 ‘요덕스토리’를 안 본 게 시빗거리가 되느냐”며 “지방선거 등 당분간은 바빠서 볼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영화 ‘왕의 남자’는 볼 시간이 있으면서, 사람이 직접 나와 진실을 전달하는 뮤지컬은 볼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 대변인의 말은 ‘바빠서 북한인권문제에 신경쓸 틈이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동안 다른 바쁜 일이 아니더라도 북한인권문제에 관심 두지 않았던 정부와 여당이지만, 이 정도 되면 ‘무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 무시’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양심에 가책을 느껴 못보겠다”고 말해라

‘요덕스토리’를 일반 공연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북한인권문제를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내고 있다. 공연을 지켜본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생각나서 공연 전부터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한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젖은 눈가를 훔치며 배우들을 향한 기립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껏 남북교류와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의 인권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 어떤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구체적 언급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북한에 인권이 개선됐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온 7천 여 명의 탈북자들은 북한에는 ‘살아서는 나올 수 없는’ 최악의 생지옥 정치범수용소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실제 정치범 수용소 출신자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그곳에서 십 여 년을 살다가 탈출한 사람도 있고, 수인들을 감시했던 경비대원도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 각국의 의회는 이들을 초청해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듣고 있지만, 대한민국 여당과 정부만은 애써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북한의 현실이 이 정도 일줄 몰랐다” “학교에서는 이런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왜 이제껏 이런 참혹한 현실을 알지 못했나며 의아해 했다.

정부와 여당이 앞장 서서 국민들이 북한인권 현실을 알 수 있도록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북자들과 몇몇 뜻있는 인권활동가들이 정성산 감독의 표현처럼 ‘목숨 걸고’ 북한인권운동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요덕스토리’ 관람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여가생활이 아니라, 양심 있는 국민, 특히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북한의 현실이다.

차라리 “양심에 가책을 느껴서 못보겠다”고 얘기하라. 그게 정직하다. “바빠서 못 보겠다”는 말은 북한 땅 2300만 동포 앞에서 너무도 부끄럽고 미안한 말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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