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할까

“척지고 싸우다가 이제 겨우 화해하고 살자고 했는데 그 즈음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5일 통일교육협의회 강연에서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해온 이유를 이웃 관계에 비교해 설명, 눈길을 끌었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공개적인 요구를 자제하는 이유가 남북 대치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이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 것이다.

왜 우리 정부는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권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답이었다.

그는 “척지고 싸우고 살다가…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얘기지만…맨날 병과 칼이 날아다니고 불안하니까 화해하고 살자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즈음에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정부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한반도 상황에 대해 “수십년간 대결 상태에서 이제 겨우 군사대화, 경제대화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시 말해 군사적 대결에서 화해 구도로 가는 과도기적 살얼음판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물론 우리가 인권 얘기를 한다고 해서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애써온 수많은 노력들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와는 달리 척지고 싸우는 게 계속되는 이웃 사이이거나 아주 관계가 좋은 이웃이라면 듣기 싫은 소리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계속 싸우고 있다면 어차피 긴장관계인 만큼 무슨 말을 해도 별 영향이 없고 좋은 관계라면 잠시 기분 나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말해도 괜찮다는 게 그의 논리다.

결국 막 좋아지려는 현재 남북관계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 장관은 과거 미국의 카터 정부가 중국에 인권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에 대해 헨리 키신저가 “아마추어 외교”라고 지적한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또 “전세계에서 대북 인권문제에 지출한 것을 합쳐도 대한민국 정부가 지출한 것에 못 미칠 것”이라며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및 탈북자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인권 개선은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개방경제 체제로 가면서 주민 의식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 스스로 눈 뜨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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