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의원, 왜 ‘북한인권 철새’ 됐나?

▲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 (서울 노원갑)

“북한의 정치적 인권의 문제를 ‘미국의 국내법’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유엔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누가 한 것일까? 북한인권단체의 어느 간부가 했을 법한 이 말은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께서 하신 말씀이다. 올해 2월 3일 <통일연대> 등이 주최한 미국의 북한인권법 관련 토론회에서 그랬다. 필자가 그의 진의를 왜곡해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제출한 토론문의 결론부분을 꼭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 뒤에는 이런 말이 이어진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 유엔의 규정성이 인정되고 있기에 이런 노력이 현실화한다면 남-북, 북-미 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커다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엔 관리 아래 북한의 인권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개선할 조치가 공개적으로 논의된다면 ‘인권’ 문제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북한인권문제의 올바른 접근방안에 대한 홍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협조해야 할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래서 이번 유엔총회에는 ‘대북인권결의안’이 제출되었다. 정의원의 주장대로 “유엔 관리 아래 북한의 인권현황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여야 할 텐데, 유엔이 임명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문 조사를 북한이 허락하지 않음으로써 유엔총회에 결의안이 제출된 것이다.

따라서 정봉주 의원은 여야, 시민단체를 막론하고 누구보다 앞장서 유엔총회에서의 대북인권결의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기권 방침을 굳히고 있다는데, 정의원은 유엔을 통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이 “남-북, 북-미 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하지 않으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커다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므로 반드시 찬성 표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제기해야 할 것이다.

정봉주 의원, 북한인권 철새?

그런 정봉주 의원이 지난 4일 KBS의 토론 프로그램 ‘생방송 심야토론’에 토론자로 나섰다. 주제는 ‘북한인권문제, 우리의 선택은’. 유엔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정의원이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펼칠 것이라 예상하고 TV를 켰는데, 웬걸,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하거나 반대해야 한다는 토론자들의 편에 앉아있었다. 필자는 정의원이 좌석을 잘못 잡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또 웬걸, 토론이 시작하자마자 정의원은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해야 한다고 장광설을 쏟아냈다.

아무리 정치인들은 철새라지만, 당적(黨籍)을 갈아치우는 것도 아니고 소신 있는 386 운동권 출신임을 자부하는 정의원이 자신의 관점을 이렇게 완벽하게 뒤집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단 9개월만에 말이다.

정의원에게 직접 묻고 싶었는데, 상대편 토론자였던 <자유주의연대> 신지호가 대표가 그 토론문을 읽어주며 어떻게 된 사연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에 대한 정의원은 답변은 엉뚱하기 짝이 없어, 여기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 정의원에게 누가 될 것 같다. 클로즈업 하지 않은 TV화면으로도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히 보였는데, 그때는 당황해서 그랬으니 이제는 냉철한 이성으로 답을 해주기 바란다. 왜 ‘북한인권 철새’가 되었는지 말이다.

이성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필자의 추측은 대충 이렇다. 미국을 지독히도 미워하는 정의원은 당시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과 발효를 어떻게든 저지하고 싶었는데 그 힘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비난만 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착안해 낸 것이 ‘유엔’일 것이다. 미국에서 북한인권 운운할 것이 아니라 유엔이 나서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나름대로의 대안을 내세우면서 정의원은 ‘설마 유엔이 나서겠어?’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 착각하고, 전 세계적으로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에는 무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정의원의 착각과 무지와는 다르게 유엔에서, 그것도 총회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그때 왜 그랬던고?’ 하면서 애꿎은 땅을 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바란다.

필자는 앞서 했던 추측이 필자만의 무례한 발상이고, 정의원이 2월에는 신념과 소신을 갖고 이야기했는데 요새 열린우리당의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정의원이 다시 예전의 신념과 소신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정봉주 의원은 “북한인권문제의 올바른 접근방안에 대한 홍보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유엔총회의 대북인권결의안 통과와 12월 8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에도 정의원의 적극적 협조를 기대한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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