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특사 파견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방미했던 북한의 관리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방북을 요청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한미비전특위 위원장 정몽준 최고위원은 4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달 뉴욕을 방문했던 북한 외무성 리근 미주국장이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북한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들었다”고,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그러나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도록 요청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는 등 조건이 충족돼야 방문하겠다’는 뜻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정 위원장은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당선자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는 정책제안서를 통해 오바마가 내년 1월20일 취임하면 100일 이내에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6자회담의 지속적 추진 및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또한 “미국 내 최고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한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이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이슈는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에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었다”며 “갑자기 한반도 문제가 부상하는 것도 안 좋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 이슈가 방치돼 있다가 갑자기 문제가 될 경우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 위원장과 함께 방미길에 오른 국방장관 출신의 김장수 의원은 부시 행정부에 이어 오바마 정부에서도 국방장관에 유임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면담했다.
김 의원은 “게이츠 장관은 ‘주한미군 전력의 현 수준 유지 등 미국이 한국에 공약한 사항을 오바마 정부에서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의 대한반도 안보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면담 결과를 소개했다.
정몽준 위원장과 김장수, 전여옥, 홍정욱 의원 등 4명으로 구성된 한나라당 방미단은 미국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방향을 파악하고 한미관계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조지프 나이(전 국방차관보)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고위전문가들을 만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