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꿈만 같다” “문학은 이미 통일된 거다”

7월 21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 3층 소극장. 이틀 뒤 백두산 천지에서 열리는 ‘통일문학의 새벽’을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 무릎을 맞댄 남과 북의 작가들은 “정말 꿈만 같다”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서 참가한 시인과 소설가들이 7월23일 새벽, 백두산 천지에서 시와 산문을 낭송하며 분단문학에서 통일문학으로 나아가는 민족문학의 미래를 전망하는 이 행사는 양측 실무자들이 사전에 충분한 합의를 거친 것이었지만, 실제 예행 연습은 처음이었다.

남쪽 참가자인 소설가 은희경 씨와 함께 ‘통일문학의 새벽’ 사회를 맡게 된 북의 시인 리호근 씨는 “우리가 행사 진행안을 제기했으니, 연출권은 남측에게 넘기겠다”고 말했다. 60년만의 만남이 남과 북 최초의 ‘집체 창작’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은희경 씨가 또렷한 목소리로 사회자용 초고를 읽어 나가자 즉각 반응이 나왔다. 홍석중 씨는 “남쪽 사회자 솜씨를 보니 예술성이 뛰어나다. 행사가 잘 치러지겠다”고 말했다.

리호근 시인은 “인민배우나 공훈배우보다 잘 한다. 초고를 들고 이렇게 잘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예행연습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몇 개의 자구를 고치고, 출연 순서를 조정하는 수준이었다.

예행 연습은 자연스럽게 남과 북 시인, 작가들의 대화로 이어졌다. 사회자들에게 홍석중 씨는 “지금 이렇게 앉아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산문을 낭독하는 소설가 송기숙 씨는 “황석영, 문익환, 임수경 씨가 철조망을 뚫고 분단의 벽을 넓혀왔다. 세 분은 다 감옥에 갔는데, 우리는 어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렇게 합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은 시인과 북의 오영재 시인과의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연습이 끝날 무렵 고은 시인은 오영재 시인의 손을 잡으며 “그 때 6개월 감옥 갔어”라고 말했다.

‘그 때’란 1989년 고은 시인이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과 함께 남북작가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판문점으로 향하다가 파주에서 연행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홍석중 씨 등과 함께 판문점에서 남측 작가들을 기다리고 있던 오영재 시인은 ‘자리가 비어 있네’라는 시를 써, 남쪽에 널리 알려졌다. 전남 강진이 고향인 오씨는 이후 한 차례 서울을 방문해 가족을 상봉한 바 있다.

남과 북의 문인들은 황석영 씨가 방북했을 당시 평양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술판’을 회고하며 소극장이 떠나갈 정도로 웃어젖히는가 하면, 그 사이 작고한 문인들을 추억하며 그들의 빈자리를 안타까워 했다.

60년간 이어져온 ‘헤어짐의 역사’가 순식간에 ‘만남의 역사’로 바뀌는 자리였다. 그동안 오래 만나지 못했지만, 남과 북의 작가들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오영재 시인은 “문학은 이미 통일된 거다!”라고 외쳤다.

고려호텔 소극장에서 있었던 예행연습에서는 바로 전날 본대회와 만찬장에서 엿보였던 엄숙함이나 서먹함이 전혀 없었다. 10년 지기들이 허리띠를 풀고 만나는 자리 같았고, 선배가 후배의 등을 두드려 주고, 후배가 선배에게 존경과 예의를 표시하는 술자리 같기도 했다.

황석영 씨는 “북쪽 친구들을 데리고 인사동에서 한판 술자리를 벌이는 날이 빨리 와야 하는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날 예행연습에는 남측에서 시인 고은, 안도현, 소설가 송기숙, 황석영, 은희경, 정지아, 북측에서는 시인 오영재, 박세옥, 리호근, 박경심, 소설가 홍석중, 남대현 씨 등이 참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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