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포용정책 틀 흔들어선 안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13일 “북핵실험이 포용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은 너무도 비논리적”이라며 “포용정책의 근간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 전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현 위기 상황의 해법으로 “북·미가 마주 앉아야 한다”며 북미 대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 대북특사론’에 대해서도 “피할 생각이 없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최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도 공개했다. 그가 밝힌 북핵 위기 진단과 해법은 김 전 대통령이 최근 전남대 강연에서 밝힌 내용과 매우 유사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대변인을 했고, 국민의 정부 대북정책을 계승한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의장직에서 물러나 독일에 체류하다가 지난 1일 귀국한 정 전 의장은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이뤄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민주세력의 분열에 대한 책임도 통감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내달 초부터 본격적인 정치권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의장은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정계개편에서 역할을 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다음은 정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

–북핵실험 실시 이후 포용정책의 유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포용정책의 개념은 탈냉전 정책이다.

어떤 경우에도 포용정책의 틀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냉전의 고도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탈냉전정책인 포용정책을 대체할 수단이 없는 것 아닌가.

완급조절은 있을 수 있고, 국제공조를 통해 유엔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지만, 포용정책의 근간을 흔들어선 안된다.

포기는 쉽지만 복원은 어려운 것 아닌가.

핵실험이 포옹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 치고도 너무 비이성적 비약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체제보장을 안 해주면 다시 말해서 생존보장을 안 해주면 핵을 통해서라도 생존하겠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라는게 분명해 졌다. 또 하나는 전쟁 가능성이 생긴 거다.

1%라도 전쟁의 위험이 생긴 게 본질이 아닌가 싶다.

어떤 경우에도 훼손할 수 없는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과 대한민국의 안전이다.

그러기 때문에 전쟁가능성의 트랙을 타선 안된다.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는 감정적으로 이해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사태의 본질과 핵심을 봐야 하고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대처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 가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정쟁으로 가서는 안된다.

그런 것이 과연 한반도 비핵화와 안전에 도움이 되는 요소로 작동할 것인지 그런 기준에서 재단해야 한다.

야당 일각에서도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을 지속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핵실험의 궁극적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도 논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북한이 오판했다고 본다.

지난해 6.10 한미 정상회담과 6.17 김정일 면담 등을 통해 6자회담을 재개시킨 것 처럼 북한이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북이 굉장히 조급성을 드러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91년 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의 상호인정과 공존을 국제사회에 선언했고 합의했다.

15년간 해온 정책이고 국민적 합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에서 클린턴 정부를 이어받은 부시 정부가 지난 6년간 나쁜 행위를 한 사람에게 보상은 없다는 의미에서 북미 직접대화를 피했다.

하지만 정말 북의 핵 포기와 한반도 비핵화가 중요한 가치라면, 그리고 전세계적 핵 비확산이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라면 마주앉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마주앉는 것은 지엽말단의 절차의 뿐이다.

미국은 북미대화를 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참여 문제를 놓고 당정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2002년 10월 예멘으로 가던 배를 미국이 공해상에서 압수했는데 국제법의 근거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어떤 경우에도 1%의 전쟁으로 가는 가능성의 트랙을 타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PSI가 딱 걸리는 거다.

공해상에서, 국제법 근거도 없는데 정선명령을 내리고 정선 안하면 쏘고…그걸 한국이 풀 멤버십으로 참여해서는 안된다.

그보다 더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이 있겠나.

미국에게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면 미국도 이해할 것으로 본다.

동맹국이라면 우리가 처한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조와 상당히 일치하는 것 같다.

▲참여정부가 국민의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했고, 그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면서 포용정책을 집행했다.

또 김대중 야당 총재 시절 대변인으로서 40개월 동안 철학을 공유해왔다.

현 시점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경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독일에서 귀국한 후 지난 3일에 동교동을 찾아갔다.

지금이 평양을 가셔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의지를 갖고 계셨다.

마침 오후에 북한의 핵실험 선언이 있었는데 그 직전에 만나서 핵실험 얘기를 하지는 못했다.

–현 시점에서 정 전 의장이 대북특사로 다시 한번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열린우리당내 의견도 있는 것 같다. 만약 정부에서 요청한다면 갈 생각이 있는지.

▲역할이 주어진다면 피할 생각은 없다.

현 상황이 지난해 6월의 상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1994년의 상황으로 갈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면은 94년 국면으로 회귀한 것 같다.

남북은 충돌했고 핵을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고 냉온탕을 거듭하면서 남북한 교류가 끊어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면서 결국 제네바 협상으로 가는데 그 당시 한국은 어깨 넘어 귀동냥 신세였다.

나중에 경수로 비용 70% 부담만 떠안게 됐다. 나쁜 시나리오로 가지 말고 좋은 시나리오로 가야한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포용정책 때문에 핵실험했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해방공간에서 정파적 이해만 있고, 지리멸렬하다가 분단으로 넘어갔는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가 국제 가치를 깼으니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하는 수준이어야 하고, 협상을 위한 제재가 되어야 한다.

북을 붕괴시키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추가 도발 같은 나쁜 시나리오로 떨어지는 제재가 돼선 안된다.

묻고 싶다.

본때를 보여주자면 그 다음이 무엇인가 말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끊는 것은 북을 처벌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처벌하는게 된다.

–2차 핵실험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북이 조급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우리가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현 위기상황에서 국가적 단결이 필요한데 잘 안되는 것은 리더십의 위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 아닌가.

▲바로 지금이야말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줄 때다.

위기를 슬기롭게 관리하고 극복하는 능력을 보여주면 국민도 신뢰하고 지지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대자들의 목소리도 이건 수구냉전 세력의 목소리라고 하지말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반대 목소리도 다 일리가 있는 것 아닌가.

국제사회가 다 보고 있는데 내부에서 치고받고 보수·진보, 여야를 갈라서는 안된다.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의 일도 아니고, 현재 군사 실무 테이블에 올라 있기 때문에 지금 국면에서 핵실험과 섞어 놓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분리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사인 것 같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살 것이고 국민이 이건 이합집산이다.

정략이다라고 보면 헤어날 길이 없다.

국민이 어떻게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을 본격적으로 듣고 살피고 그럴려고 한다.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당내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돈, 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와 정당, 그건 여전히 유효한 가치이고 상당히 전진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민주세력의 분열이 초래된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

그게 오늘 정부의 어려움으로 당의 어려움으로 됐다.

그걸 인정한다.

그러나 정신은 여전하고 그 가치는 유효하다.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어떻게 선진이 되고, 지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어떻게 선진정치가 되겠는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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