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 제발 무지에서 깨어나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NSC 상임위원장)은 14일 부처 간부회의에서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김원웅 의원에 이은 두 번째 대응이다.

김 의원의 발언이 사견(私見)에 가까웠다면 이번 정 장관의 경우는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부대표 자격의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누가 적인지 분명히 하라”는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은 매우 파격적이다. 미 의회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가 내정(內政)에 속하는 국방백서까지 거론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이드 위원장이 직설화법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털어놓을 만큼 미국 정계(政界)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한 교수는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눈은 이제 의구심을 넘어 ‘차이’에 대한 인정 수준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의 큰 틀은 유지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방법과 대북 접근에는 상당한 차이가 노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 신(新) 내재적 접근론 주장

서울과 워싱턴의 온도차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은 ‘한반도 핵문제’와 ‘글로벌 핵문제’의 시각차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보다는 북한에만 매달려 평화를 구걸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았다. 또 대통령이 LA에 가서 자위수단으로 북핵이 일리있다고 했다. 부시 행정부를 향해 네오콘의 경거망동을 훈계(訓戒)하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에 가서는 북한 사회를 자기네(서구의 시각)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신(新)내재적 접근론을 주장했다.

정 장관은 북한 외무성 성명 이틀 전까지만 해도 6자회담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들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우리 정부의 기대를 저버리고 핵 보유를 선언했다. 정 장관은 북한 핵 보유 선언 이후에도 이것은 ‘주장’에 불과하며 핵 능력 또한 8,000여 개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하기 이전 수준으로 판단했다.

북핵문제에 대한 정 장관의 세 가지 잘못된 인식(認識)

북한 스스로 8,000여 개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주장했고 지금은 양산체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북 비료지원 및 경제지원은 한국의 독자적 영역임을 강조하고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연 핵 보유와 남북관계는 별개 문제인가?

정 장관이 실패를 거듭하고도 북한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의 시각에서 정 장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먼저 정 장관은 북한이 실제 핵을 보유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여전히 북핵을 협상용으로만 보고 있다. 북한은 자신의 요구만 충족되면 결국 핵을 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안보위기로 느낄 필요가 없다는 태도이다. 주위의 원칙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죄다 평화를 위협하고 분위기를 망치는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북한 핵무기 사용 용도에 대한 몰이해다. 정 장관은 북한 핵무기는 자위용이고 체제안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위협요소에 맞서기 위한 협상, 보상, 안전핀이라는 것이다. 물론 핵무기는 자위 용도로도 사용한다. 그러나 북핵은 한반도 힘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북한의 저강도 군사도발, 주변국에 대한 위협과 경제보상, 북한의 변화를 거부하는 독재체제 유지의 중심축으로 사용될 것이다.

세 번째는 김정일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문제나 인권문제는 북한 주민의 희생을 볼모로 김정일 개인이 이득을 보자는 것이다. 주민들은 굶고 학대당하고 있다. 핵을 가지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자국 주민을 공개처형하고 그 공포로 사회를 유지하는 자와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독재 통치와 핵무기 개발을 위한 보급로 차단해야

정 장관이 시종일관 강조하는 남북 화해협력과 교류는 김정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원도 지원 나름이다. 정 장관은 독재 통치와 핵무기 개발을 위한 대북 보급로(補給路)를 당장 차단해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정 장관은 북한을 믿고 좋은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식이다. 정 장관의 이런 자세에도 이유는 있다. 그는 스스로 실패를 자인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그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원대한 꿈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 전체가 정체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 교수가 신문에서 말한 대로 더 이상 행동패턴을 바꿀 수 없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를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50년을 준비했다. 김정일은 그 결실을 최근 맛보고 있다. 핵을 대남 대일 협박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것임은 자명하다. 김정일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도 분명하다. 더욱이 우리 정부의 방식으로는 절대 핵 포기를 받아낼 수 없다. 더 이상 북한에 끌려다니지 말고 한-미-일이 굳건히 공조해 단호하고 엄격하게 김정일에게 생(生)과 사(死)의 결단을 요구해야 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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