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감…政爭에 발목 잡힌 민생

2009년 정기국회도 결국 파행으로 마감됐다. 정기국회 마감을 하루 앞둔 8일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 예산을 강행처리했고, 민주당이 이에 반발, 정기국회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야의 세종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에 따른 정쟁(政爭)으로 예산안 처리 등이 또다시 미뤄지면서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관행처럼 미뤄지면서 법적·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잡혀 있던 의안 101건 중 40건만 오전에 통과되고 61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정기국회 최종 처리 의안은 165건이고 이 중 결의안, 동의안 등을 제외한 법안은 1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101건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역대 국회의 가결 또는 부결된 법안 처리건수는 2005년에는 152건, 2006년은 191건, 2007년 188건, 2008년 171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국회는 각 상임위가 심사한 예산안을 예결특위로 가장 늦게 넘긴 불명예도 안게 됐다. 7년째 법정시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한 예산안 심사는 정기국회 회기를 이틀 남겨두고 시작됐다.


이처럼 여야의 예산안 처리가 미뤄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정국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정부의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굵직한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각각의 손익계산에 따라 극심한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민생예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4대강과 세종시 문제를 여타 다른 예산과 연계해 처리하려는 모양새로 ‘발목잡기’라는 질타가 예상되고,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을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정당 전문가들은 “헌법보다 정쟁이 우선인 정치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예산안이 제때 처리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방안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헌법도 지키지 않는 국회에 예산안 관련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당에서 예산안을 무기로 삼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나 규정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에 명시된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이 자동으로 통과된다는 규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지난 7년간 한 번도 법정시한을 지킨 적이 없다. 예산안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인해 표류됐다”며 “국감제도를 개선하고 쟁점과 관계없이 통과되는 방안을 법적제도화 시켜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예산안 통과가 미뤄질 때 차후 의원들에게 선거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패널티를 주게 되는 제도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정기국회 시한을 넘기고 임시국회를 여는 것이 관행”이라며 “의원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시안보다 정당간 타협을 우선시하는 풍토를 없애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임시국회에서는 국정감사를 상시화하고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 처리에 집중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감되면서 예산안 처리는 1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나라당은 오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본회의를 소집해서 안건과 예산을 처리하자는 입장이고, 민주당도 20일 이전에 본회의를 소집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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