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對北 ‘삐라’살포 제지 계속

▲ 풍선을 날리기 위해 하우스 설치 등에 쓰이는 비닐에 가스를 주입하고 있다. ⓒ데일리NK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강원도 철원읍과 경기도 연천군 등에서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의 만행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인 일명 ‘삐라’를 풍선에 실어 북한에 날려 보내는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이내 군과 경찰이 출동해 이를 제지했다.

남북은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의 방송,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선전활동 중지에 합의했다. 때문에 ‘햇볕정책’을 계승한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는 남북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민간단체들의 대북 삐라살포를 막아왔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 삐라 살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군과 경찰이 출동해 이를 막아섰다. 그동안 수차례 삐라를 보냈던 단체의 차량이 강원도 해당 지역에 출현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군 헌병대와 경찰이 즉각 출동한 것.

이날 출동한 군.경 측에선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고 남북 간 합의된 사항”이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풍선 날리는 것을 제지했다. 그러자 삐라 날리기 행사 주최 측은 차량으로 장소를 이동해가며 군.경의 눈을 피해 몇 차례 풍선을 띄웠다. 하지만 군.경은 이동 장소로 어김없이 출동했다.

군.경의 계속된 제지로 4일 오전에 시작된 삐라 날리기는 5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행사 주최 측은 차량 안에서 밤을 지새우며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북 삐라 날리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기복(가명) 씨는 “3~4년 전만 해도 국정원까지 나서 제지했다”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정부조차 북한의 눈치를 보며 삐라 날리기를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신 씨는 “북측이 먼저 삐라와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한 일은 그동안 갇힌 세상인 북한에게는 위협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라며 “나 또한 남측의 삐라를 보고 남으로 오기를 결심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며 삐라 살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당시 삐라의 내용은 남한체제에 대한 일방적인 체제선전 내용도 있었고, 여자의 수영복 사진이 실린 잡지를 보냈다”며 하지만 “이런 내용은 오히려 남한체제에 대한 반감만을 갖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환상 중 하나가 북한 당국이 6·25전쟁은 남한의 북침으로 인해 발발했다고 선전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남북 군사력에 대한 비교를 통해 주민뿐 아니라 군인들에게 군사적 도발 의욕을 상실케 하기 위해 삐라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런 조건에서 풍선을 날렸을 경우 바람을 타고 풍선은 개성, 평양, 그 이상 북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며 “1천500장 정도가 담긴 삐라 뭉치 묶음(약 4~5kg)은 2개 또는 3개씩 풍선에 달아 보내지는데, 수소를 비닐에 채워 날리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끈이 풀려 약 3천m~3천5백m 상공에서 삐라가 뿌려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풍선을 묶은 철사가 풀리는 철사를 녹이는 방법인데, 사용되는 약품은 몇 년간 실험을 통해 개발한 약품이다”며 “철사의 굵기에 따라 근거리, 중거리, 장거리로 보내는 방식이다”고 했다. 또 “큰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비닐에 인쇄해 보낸다”고 부연했다.

한편,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인 박림수 대좌(대령)는 지난달 30일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북한을 비난하는 삐라 살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통지문에서 박 단장은 “반(反)공화국 삐라살포 행위가 동결상태에 놓여있는 현 북남관계를 수습할 수 없는 파국적 사태로 몰아 갈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호전집단은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 끈과 끈 사이 고무튜브를 연결하고, 튜브 안에 있는 철사가 액체에 녹아 풀리는 방식이다. 삐라가 담긴 풍선이 성공적으로 날아가고 있다. ⓒ데일리NK

▲ 삐라 풍선 날리기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다니는 봉고차, 다소 위험하지만 풍선 가스 주입을 위해 차량 뒷 칸에 20여개의 수소가스를 싣는다. ⓒ데일리NK

▲ 군 헌병대측과 경찰 측에서 삐라를 보낼 수 없다고 행선지 마다 쫓아 다녀 이날은 준비한 물량 중 20% 가량만 보낼 수 있었다. ⓒ데일리NK

▲ 바람, 비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삐라 풍선날리기는 전봇대 또는 산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데일리NK

▲ 북과 가까운 강원도 철원읍과 경기도 연천군 등에서 삐라 풍선 보내기 행사를 가졌다. 이날 비가 왔지만, 북동풍의 바람이 불어 수차례 풍선을 보낼 수 있었다. ⓒ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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