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못 찾은 북미 회동

북미 양측은 28~29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핵심 쟁점사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차기 6자회담의 앞 길에 낀 안개를 완전히 걷어 내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차기 회담 날짜를 논의하지 못한 것은 양측의 협의가 순조롭지 않았음을 대변해준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순, 늦어도 연내에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관련국들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대강이나마 파악하는 ‘성과’를 거둔 반면 여전히 극복하기 쉽지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 또한 확인해야 했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 1718호와 함께 오래된 레퍼토리인 방코 델타 아시아(BDA) 계좌동결 등 대북 적대시 조치로 규정해온 일련의 제재를 모두 해제하는 것을 핵폐기의 선결조건 차원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공동성명 밖의 요구가 모두 사실상 수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미·중·러 3국이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긴 하지만 안보리 결의 해제 문제는 기본적으로 유엔에서 논의될 사항이다.

게다가 현재 안보리 결의가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원심력을 제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폐기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성과도 없이 결의 해제를 논의하려 할 나라들이 없는 게 사실이다.

BDA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 당국자는 29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BDA와 관련,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미-북 양측 입장이 변경됐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해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던진 핵폐기 관련 제안에 북한이 “돌아가서 검토해 답변을 주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만큼 이번 회동이 실패였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힐 차관보가 북측에 제시한 초기 이행조치에는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 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 수용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핵 관련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항들은 지난 15일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일 수석대표 회동에서 논의한 내용들로, 힐 차관보는 북측이 이 같은 이행조치를 수용할 경우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북 에너지 지원, 북미관계 정상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임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유제공 문제를 언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초기에 핵 프로그램의 전면신고 등 가시적 핵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도 중유 제공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힐 차관보는 자신이 제안한 대로 회담 재개시 핵폐기·에너지지원·관계정상화 등 각 이슈별 워킹그룹이 설치되면 그 채널을 통해 북한 핵폐기 단계에 맞춰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임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한이 적대시 정책 우선 해소를 계속 요구하며 미국의 제안을 뿌리칠 경우 연내 회담 재개는 물건너갈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측이 제안한 ‘인센티브’에 관심을 보이며 ‘차기 회담에서 한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자’는 정도의 답변만 주더라도 회담 재개는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이번 회동이 실패냐 성공이냐를 말하기는 이르다”며 “어차피 북한이 취할 핵폐기 조치의 수준과 관련국들이 제공할 각종 인센티브 간에 균형점을 찾는 일이 차기 회담의 열쇠인 만큼 북한의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판을 짜는 일은 상당부분 중국에 맡겨질 전망이다.

중재자 역을 맡고 있는 중국은 북미간 실질적 요구사항과 의견 차를 파악한 만큼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 양측에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양측의 유연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차기 회담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