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재 북한 내 ASF 발병 현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앞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했다’고 발병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추가적인 피해 상황이나 실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최근까지도 발병 보고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와 접촉한 평안도 수의방역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평안남도에만 56건의 ASF 발병 사례가 중앙비상방역위원회에 공식 보고됐다. 아울러 협동농장 종축작업반과 국영목장, 개인 부업축산 등에서 16만여 마리의 돼지가 폐사했다는 보고도 뒤따랐다고 한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1월”이라며 북한 내에서는 올해 초부터 ASF가 확산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5월 자강도 우시군에서의 ASF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알렸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4개월 앞선 1월 평양과 사리원(황해북도) 지역에서 최초 ASF 발병 사례가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랴오닝(遼寧)성에서 ASF 발생을 처음 확인했다는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를 참작하면 북한에는 불과 5개월 만에 ASF가 퍼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4월 복수의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2월 중순부터 ASF가 형제산구역과 승호구역 등 평양 부도심 및 외곽지역에 돌기 시작해 여전히 유행하고 있으며, 살림집에서 기르던 돼지가 많이 죽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신의주와 평안남도 등에서 북한 당국의 돼지고기 판매 단속 움직임이 강화되는 등 ASF 관련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5월 말쯤 전국의 모든 행정구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 중 ASF 발병이 가장 먼저 확인된 곳은 자강도와 평안북도 신의주이며, 함경도와 평안남도, 황해남도 등에도 수개월 만에 질병이 퍼져 전체 사육 돼지 개체 수의 약 40%가 피해를 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17일 파주의 한 양돈 농가에서 첫 ASF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하루 만인 18일 연천의 한 농장에도 확진 판정이 내려지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파주와 연천이 모두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는 감염경로를 추적하고자 북한에서 흘러오는 하천수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임진강, 한탄강, 한강하구 등 하천에서 시료를 채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천수 바이러스 검사는 검출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바이러스 존재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파주지역에서 또다시 ASF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파주시 적성면 농장에서 돼지 2마리가, 파주시 파평면 농장에서 돼지 1마리가 각각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방역 당국이 이동을 통제하고 소독 등 긴급방역 조치했다. 두 농장 모두 국내에서 두 번째로 ASF 발병이 확인된 연천의 농장 방역대 10㎞ 이내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현재 각 농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확진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께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