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성 세종연구소장 ⓒ데일리NK |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 개최시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국군포로.납치자문제 등 인도적 사안까지도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입장에서 수용하기 매우 어려운 의제를 제시하고 있는 데도 물밑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요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3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상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1인 결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예측불허 정권인 점을 감안할 때 유불리 판단에 따라 회담 바로 직전에도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게 북한사회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다 해도 위장된 합의를 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하는 목적은 (북핵) 시간끌기 목적 이외에도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대북제제를 이완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강성대국 뿐아니라 올해 인민생활향상, 그리고 3대세습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경제문제 해결은 북한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데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국면에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송 소장은 “지난날(2006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1718호 등) 엉성하고 형식적으로 압박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1874호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안보리 대북제재의 효과를 설명했다.
북한이 정상적인 시장경제를 통한 외화획득 수단이 없는 조건에서 그동안 마약밀매, 무기수출 등을 통해 외화를 획득했지만 1874호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고 남한정부와는 개성공단, 금강산.개성관광을 통해 달러를 획득해 왔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내일 일을 장담키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정일의 통치자금이 말라가고 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송 소장은 최근 북한이 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서해상에서 해안포를 발사하는 등 강온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송 소장은 북한의 실체에 대해 한 손은 꽃을 흔들고, 한 손은 독침을 든 존재라 비유, “종전에는 시차를 두고 강온정책을 구사했는데 요즘 북한은 양 손을 동시에 흔들어 댄다”며 “그만큰 북한 내부 사정이 긴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때문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전국 강의를 다니면서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분들께 현 정부의 비핵화, 개혁개방, 분명투명성 등 어느 부분이 강경한 것인지 물으면 지적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강제적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시키려는 북한의 무모한 강경책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송 소장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으로 핵개발을 했다는 북한이 남한 정부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그 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선언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천이 없어서가 문제였다”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적으로 언급할 경우 우리도 그에 따른 지원도 언급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선언 뿐만 아니라 9·19공동성명, 2·13합의 등 북핵폐기를 위한 합의는 많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번번이 실천을 하지 않고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송 소장은 선언에는 선언, 약속에는 약속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지원 단계에 들어서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그럴 경우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 소장은 아랍국가에 원칙적인 자세로 견지하고 있는 이스라엘로부터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은 아랍국가들과 중동평화문제를 논의하면서 수없이 많은 선언과 약속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그들과의 약속를 회피하지는 않았는 것이다. 대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일보도 진전시키지 않았고, 반대로 상대가 테러를 가하거나 평화교란행위를 하면 가차없이 제재조치를 가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적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후계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소장은 “후계작업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축하 축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북한의 경제난과 더불어 강력한 대북제재가 가해지는 시기로 후계체제 환경이 안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이런 시기에 권력 이양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송 소장은 국가발전을 위한 세종연구소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목적으로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세종국가전략조찬포럼>에 대해 소개했다.
송 소장은 “국가발전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창출, 정책결정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연구소의 기본 임무”라면서 “여야,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비중있는 전문성 있는 인사들을 초청하는 조찬포럼을 통해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간 갈등,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25일 김영삼 전 대통령를 연사로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이란 주제로 첫번째 조찬포럼을 롯데호텔에서 진행한다.
그동안 봄, 가을 2차례의 포럼을 진행해 왔던 세종연구소는 국내외의 현안 이슈에 대한 논의를 발 빠르게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으로 총 6차례 포럼을 준비중이다. ☞동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