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타결> 절묘한 ‘게임의 룰’

“어느 누구도 판을 깨지 못하게 만든 절묘한 ‘게임의 룰’을 비로소 알게됐다.”

우여곡절끝에 극적 타결로 19일 막을 내린 북핵 6자회담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협상의 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어느 일방도 100% 만족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 협상구도가 난해하게만 전개되던 협상을 단순하게 결론짓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의장국으로 중국을 상정한 협상구도 자체가 당초부터 참가국들, 특히 팽팽한 이견을 보여온 북.미로 하여금 운신의 폭을 줄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막판에 중국이 제5차 수정안을 내놓고 ‘더이상 협상은 없으며, 결정의 순간이 남았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5개국은 피말리는 수싸움을 전개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최종 수정안에 대해 할말은 많으면서도 자칫 의견을 잘못개진할 경우 ‘판을 깬’ 장본인으로 낙인찍히는 그런 상황이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의장국과 중재자였던 중국과 한국의 역할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핵심 고민거리는 역시 경수로였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뤄진 제네바 핵합의의 상징물인 경수로가 포함된 중국의 수정안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게다가 경수로의 핵무기 생산 이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지켜보는 마당에 미국 협상팀이 ‘경수로 수정안’을 받아들이기는 정말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타결 전야인 18일 심야까지 미국의 고민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장고끝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밤 취재진을 만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가 “워싱턴과 많은 논의를 가졌다”면서 수정안에 대해 ‘좋은 안’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됐다.

한국측 협상 관계자는 “미국이 ‘로(low)카드’에서 ‘하이(high)카드’로 전환한 것은 결국 판을 깬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피하자는 전략적 결단의 결과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측은 이른바 경수로에 대해 ‘클린턴 시절의 경수로’가 아니라는 점을 집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핵 폐기 시점과 맞물려 경수로의 운영권을 일괄적으로 북한에 넘겨주는 ‘턴 키’ 베이스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며 ‘미래의 가변성’도 감안, 미래의 권리를 애매하게 담자는 논리 역시 먹힐 여지가 있었다는 게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막판까지 주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전 8시30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체회의가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취재진까지 회담장 밖에 대기시켜놓은 의장국 중국의 ‘막판 시위’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더이상의 의견개진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마지막 회의가 주춤거릴 경우 북한이 입장을 갑자기 바꿀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었다”고 소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측도 경수로라는 성과물이 있기는 하지만 핵폐기라는 부담을 안은 상황에서 ‘판을 깬 장본인’만 되지 않는다면 협상의 타결을 지연시키고 싶은 속내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다.

‘주최측의 의도’가 주효하고 한국의 설득 논리가 더해지는 가운데 ‘받아들이냐, 마느냐’ 만을 밝히도록 한 마지막 협상구도가 해법이 없을 것같던 ‘북핵 방정식’에 종지부를 찍는 방점이 됐다는게 회담장 주변이 대체적인 관전평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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