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北中관계 예사롭지 않은 밀착

북한과 중국의 접근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과거의 혈맹 관계가 느슨해지고 실리가 우선시되면서 한동안 소원하던 북중관계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을 계기로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양국간 정치,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성택 북한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 건설부 제1부부장이 지난 달 10박11일의 일정으로 김 위원장의 남순강화(南巡講話) 루트인 우한(武漢), 광저우(廣州) 등을 둘러본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로써 우선 북한이 중국의 경제발전을 모델로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조치를 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시찰의 결과가 향후 정책 입안과정을 거쳐 상반기내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조치로 선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의주 등 중북 접경지역이 새로운 경제특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외정책연구원, 코트라 등에 따르면 북중간 작년 무역액은 15억8천여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현재 북한에서 소비되는 소비재의 80%가 중국산이고 북한의 대(對) 중국 에너지 의존도는 70%에 달한다고 한다. 또 최근 2∼3년새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북한의 광산, 항만 등에 대한 투자가 크게 증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중관계 밀착의 모티브를 대외정세에서 찾고 있다.

미국의 강경책으로 국제적인 고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유일한 정치적 후견국으로 고립된 자국의 경제를 지탱해주는 중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으며, 중국도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위협이 되는 역내 불안정을 제어하는 차원에서 북한 체제 유지와 북한 정권에 영향력을 유지할 필요를 느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자국의 자존과 자신감을 부각하는 화평굴기(和平堀起)론이 중국 위협론을 불러 국제적으로 고립이 초래되자 올 초 주변국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화자위선(和字爲先)론을 새 외교노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작년 10월 후 주석의 방북에 이어 지난 1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등의 북중 밀착도 중국의 새 외교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 때 북한과의 교류 방식을 과거 시장원리에 입각한 민간 주도에서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 챙기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 대북 물밑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북중 밀착은 갈수록 농도를 더해가고 있으나 그 내용은 외부로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북한 경제의 중국 기대기가 ‘예속’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이는 곧 중국의 한반도 북부 선점으로 이어져 동북아 역학구도의 급변은 물론 향후 한반도 통일정책에도 커다란 장애로 등장할 게 자명하지만 지금처럼 ‘정보부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김정일 1월 방중때 협의 결과에 대해 우리측에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정세의 미묘한 변화’ 발언은 이런 대외정세의 변화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달 29일 MBC 라디오에 출연,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여러갈래의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북중관계가 과거보다 경제협력 강화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움직임을 보면 기존의 북핵문제를 중장기적인 한반도 미래전략과 결부해서 풀어보자는 흐름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해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 과거와는 다른 새 질서가 구축되어가고 있으며, 이로인해 한반도 주변 각국의 이해 관계가 새로운 각도에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도 특히 북중 경제적 밀착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가 중국으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가는 최근의 현상이 겉으로는 개방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북핵문제 해결보다는 북한 경제의 체질 강화로 이어져 현재의 불법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을 뿐더러, 동북아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미 미 행정부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트 졸릭 부장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북, 대중 정책 마련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정세의 미묘한 변화에 우리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변화가 북핵문제의 교착과 이로인한 북미간 긴장 고조, 그리고 북중간 경제 밀착이라는 두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편으로는 북한의 양보를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를 더욱 진전시키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이 한반도 정세의 미묘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북중관계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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