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北中관계 동북진흥과 북한살리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극비방문 한 지난 1월 이후 북.중 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중국이 동북지방의 진흥을 부르짖으면서 접경무역과 대북한투자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압록강 하구 비단섬 경제특구 개발, 단둥-신의주간 제2철교 건설, 신의주특구 재추진 등 여러가지 설이 꼬리를 물고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과 북한은 북한이 2002년 9월 행정특구로 지정한 신의주 개발이 중국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오다 지난해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으로 전통적 우호관계를 완전히 복원했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접경지역 개발에 일정한 거리를 두던 중국쪽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좀더 앞선다.

중국은 2003년 당과 국무원이 공동으로 내놓은 ’동북지방 등 노후 공업기지 진흥전략에 관한 약간의 의견’(2003년 11호 문건)을 통해 동북 진흥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2002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과 맥이 닿아 있다.

이후 재정지원과 외자유치 등에서 여러가지 안팎의 문제에 부닥쳐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자 국무원 판공청은 2005년 6월 ’동북 노후공업기지 대외개방 확대촉진 실시 의견’(2005년 36호 문건)을 제시했다.

동북지방 국유기업의 과감한 대외개방을 통한 외국 자본의 참여 유도가 이 문건의 주요 내용이다.

모두 29개 항의 의견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24항으로, 동북지역의 항구와 접경항, 도로, 철도, 교량 및 접경도시에 대한 기초시설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동북 동부(동변도)철도 개통을 서두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및 북한과 연결되는 도로, 항만, 지구조성의 일체화 건설에 박차를 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는 대외원조시 우선적으로 동북지역과 접한 항구도시의 교통, 항만, 공항 등 기초시설 건설항목을 우선적으로 배려한다고 밝혀 북한에 대한 지원의지를 드러냈다.

16항부터 18항까지는 대외투자에 관한 내용으로 ▲주변 국가의 에너지, 원자재, 광산자원 등의 공동개발 강화(16항) ▲변경무역의 확대(17항) ▲두만강지역 국제협력개발 지속 추진(18항) 등이다.

17항에서는 변경무역정책을 밝히며 수출관세 환급, 수출입 상품 경영관리, 인적 왕래 등에서의 수속 간소화를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동북지방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국경무역의 수출화물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경우 관세를 환급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포괄하는 일련의 동북진흥 정책은 중국 지도부의 전폭적인 관심 속에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2003년 12월 2일 국무원에 동북진흥 영도소조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조장을, 황쥐(黃菊)와 쩡페이옌(曾培炎) 부총리가 부조장을 맡았다.

이어 2004년 4월에는 국무원이 정식으로 동북진흥 판공실을 설치하고 전면적인 진흥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동북 경제 진흥을 위해 2004년 297개 항목에 1천89억위안(약 13조2천500억원)을 투자했고 2005년에 63개 항목에 69억위안(약 8천4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와 함께 세금우대를 포함한 재세(財稅)정책과 우대대출을 포함한 집중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이런 중앙의 지원정책과 맞물려 지난해 9월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가 북한 나선시 인민위원회 경제협력회사와 공동 출자해 나선국제물류합영공사를 설립, 나진항의 제3부두와 제4부두의 50년간 운영권을 확보했다.

나선합영공사는 중국에서 나선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50년간 사용권과 나진항 부근 10만㎢의 개발권도 얻었다.

중국측은 사업추진을 위해 이미 3천만여유로(약 353억원) 상당의 자금과 설비, 건축자재를 투입했고 북한측은 도로와 항구시설을 내놓았다.

헤이룽장-지린성-랴오닝성 연결하는 총길이 1천380㎞의 동변도 철도도 200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이다. 이 철도는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을 지난다.

지린성 훈춘과 러시아 하산의 접경지역에는 러시아, 북한을 아우르는 3국 자유무역지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들어 동북지방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의 흐름과 연관이 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필수적인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위기에 몰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등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급격히 흔들리자 경제협력 강화를 통한 ’북한 살리기’에 적극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북한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고 북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정치와 경제적 측면에서 여러 모로 중국에 이득이 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쥐고 있는 ’북한카드’ 효과가커지게 된다.

이를 두고 북한을 중국 경제권에 흡수하려는 포석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국내 보수론자들 사이에서 대두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 진흥계획은 장기적으로는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초국가 경제권’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최근 남북한과 일본, 몽골, 러시아를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협력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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