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미 최고위자 방북,무엇을 얻었나

북한에 억류중인 여기자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으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과거 미국 전현직 최고지도자의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1차 북핵위기 당시인 1994년 전직 대통령이던 카터와 미사일 위기가 고조됐던 2000년 현직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의 방북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북미관계를 대화국면으로 돌려놓으면서 해빙무드를 조성했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잔류의사 확인, 북한 핵개발 잠정동결, 미.북 3단계 회담재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내 활동보장 등을 통해 핵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열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당시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제재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반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북관계도 대화와 화해 무드로 바뀌면서 김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북한 김 주석과 조건없
는 남북정상회담 약속이 성사되기도 했다.

이어 북한 정권수립 이후 현직 최고위 관리로 2000년 10월24일 방북한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틀에 걸쳐 한반도 긴장완화, 북미 외교대표부 개설, 미사일 문제 등 양국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특히 미사일 문제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방북으로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집권말기이긴 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 해 11월 중순 브루나이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하노이를 거쳐 곧바로 평양으로 갈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었다.

냉전시대의 마지막 유물로 남은 북.미 간의 적대관계 청산이 클린턴 집권 8년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다는 게 그런 관측의 주된 배경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우선순위에서 중동평화협정 체결에 밀려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중동평화협정을 마무리해달라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중도에 포기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현직 대통령 시절에 다하지 못해 남았던 아쉬움을 해소하는 기회로 소회가 남다를 수 있다. 동시에 북미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억류 여기자 문제와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문제를 철저하게 분리해 접근하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처를 하면 포괄적 패키지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도 시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하고 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기대나 관측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전직 대통령을 파견해 체면을 세워줬다는 점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구도 안정과 국제사회 고립 탈피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번 방북 성과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이번 방북이 북미관계 전반에 반드시 새로운 돌파구를 보장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데니 로이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소(동서센터) 선임연구원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이 억류한 여기자 2명의 조기 석방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지만 반드시 북미관계의 돌파구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북미관계는 여전히 교착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입장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사태의 급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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