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들의 ‘작통권 성명’..파장은

전직 고위 외교관들이 집단으로 현안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했다.

통상 대외현안에 대해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는 경향이 짙은 외교관들이 전직이긴 하지만 공개리에 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160명이라는 대규모의 인사가 서명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작통권 환수 추진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보수세력간 신경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참여정부 아래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성명에 참여한 데 대해 “금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어떤 내용 담았나 = 전직 외교관들이 ‘비통한 심정’을 운운하며 발표한 성명의 이름은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에 대한 반대성명’이다. 당연히 전시 작통권 ‘환수’에 대한 반대입장을 조목조목 담았다.

5개 항으로 된 성명에서 전직 외교관들은 우선 한반도 현황을 자신들의 시각에서 진단했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북한이 최근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까지 소유함으로써 심각한 남북한 군사균형의 파괴상황을 일으키고 있다. 노동당 헌장에 엄연히 규정하고 있는 바 남한 공산화 통일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전직 외교관들은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 연합사는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와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가장 효율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미 동맹의 축은 한미 연합사와 전시 작통권”이라고 규정한 뒤 “만일 이 축이 없어지면 한미 동맹의 약화와 한미 합동군사작전 및 전력에 결정적인 비효율성이 초래되고 결과적으로 정치 및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동된 견해”라고 성명에 참여한 전직 외교관들은 말했다.

세번째로 시기의 문제도 제기했다. 이들은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함에 따른 군사적 보완을 위해 한국은 현재 군사적, 재정적 준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임이 분명히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어째서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것과 같이 시한을 미리 정하고 작전권 단독행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정부는 현실적으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나아가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라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관건이 되는 안보문제는 안이한 민족적 감상과 ‘자주’라는 헛된 구호에 지배될 수 없는 일이며 더욱이 국내정치에 이용돼서는 안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은 “전지 작통권 단독행사는 국민의 여론수렴과 국회논의를 거쳐야 하며 독자적 국방계획이 완전히 준비돼 이행되는 단계에 상응하여 실행함이 옳다고 믿는다”고 자신들의 논리를 이어갔다.

외교의 최일선에 섰던 전직 외교관답게 이들은 “한국 외교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굳건한 한미 동맹과 유엔과의 협조를 기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구축 유지를 위해 전력투구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최근 한미간 외교에 몇가지 불협화음의 조짐이 보이는 듯함은 한미 동맹의 약화, 나아가서 외교적 고립과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9.14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주문도 곁들였다. 이들은 “금번 한미 정상회담 및 연례안보협의회에서는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을 중지하고 한미 동맹관계를 긴급히 재정비하여 우선 남북한 군사균형 회복과 안정을 위한 비상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서명에 참여한 인사와 반응= 최호중(崔浩中), 공로명(孔魯明), 이정빈(李廷彬)씨 등 제6공화국 이후 외교부 수장을 지낸 인물이 포진해있다.

여기에 노창희(盧昌熹), 신동원(申東元), 오재희(吳在熙), 윤하정(尹河珽), 정일영(鄭一永) 전 차관 등도 참가했다.

또 김석규(金奭圭) 전러시아 대사, 김태지(金太智) 전일본대사 등 중량감있는 전직 외교관들이 대거 서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얼마 전까지도 경수로기획단장을 맡았던 장선섭(張瑄燮)씨가 가세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성명에 대해 일각에서는 “베테랑 외교관들이 대거 참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것을 무조건 특정세력에 가담했다는 시각으로 무시할 성격이 아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공개적인 발언을 꺼리는 외교관들의 ‘충심’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대부분 노령인 전직 외교관들이 달라진 시대흐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 시각에서 오늘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들은 ‘선배 외교관’들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의견을 말하겠느냐”고 ‘외교관다운’ 답변으로 일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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