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희생양’ 기관차 통일 ‘견인’하길..

“전쟁의 ‘희생양’이었던 내 기관차가 이젠 평화통일을 이끌었으면 해요…”
23일 6.25전쟁 당시 경의선 마지막 열차의 기관사였던 한준기(82.경기도 시흥시 거모동)씨는 총탄 세례를 받았던 기관차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꺼내놓고 회한에 잠겼다.

“1950년의 마지막날(12월 31일) 밤 10시쯤이었어요. 황해도 한포역에서 화차를 연결해 돌아오다 장단역에 도착했는데 미군 통역관이 다짜고짜 내리라고 했고 10분 뒤에 군용트럭을 타고온 미군 20여명이 5분여 동안 기관차에 무차별 사격을 가했지요”
한 씨는 나중에서야 기관차가 인민군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 미군에게 잘만 설명했다면 기관차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란 안타까운 마음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한 씨는 해방 후 귀국해 1946년 2월 21일부터 서울철도국 수색기관사 사무실 소속으로 일했다. 경의선 서울역에서 개성역을 거쳐 토성역까지 85㎞ 구간을 오갔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직후 수색에서 군수물자를 싣고 문산역까지 갔다가 인민군이 넘어오는 것을 보고 회차, 우여곡절 끝에 이틀에 걸쳐 용산역까지 갔지만 결국 열차가 탈선된 뒤 고양의 친구집에서 3개월 동안 몸을 피하기도 했다.
서울이 수복된 같은해 9월 운행을 재개한 한 씨는 12월 30일 마지막 열차를 몰고 수색을 출발해 한포역까지 갔다가 31일 밤 되돌아오는 길에 장단역에 이르러 미군의 지시에 따라 내렸다. 반세기가 넘는기관차와의 긴 이별의 순간이었다.

이 기관차는 56년간 비무장지대인 그 자리에 서 있다가 2006년 11월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됐다.

기관차는 3년간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오는 25일 파주시 임진각 내 옛 경의선 하행선 독개다리 입구 야외전시장에 공개된다.

보존처리 작업 중 기관차에서는 1천20개의 총탄자국이 발견됐으며, 기관차 연실 부분은 2㎝ 두께의 철판이 심하게 훼손되고 철제바퀴 4개도 폭격의 충격으로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차는 일본 가와사키사가 1943∼1945년 제작한 길이 15m, 폭 3.5m, 높이 4m, 무게 80t의 마터2형 중형으로 후미에 운전실과 탄수차가 없는 상태다.

한국철도공사가 몇해 전 선물한 기관사 제복을 차려입고 사진촬영에 응한 한 씨는 남북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생전에 통일이 돼 경의선이 완전 개통되고 만주, 유럽까지 뻗어나갔으면 해요..내 육신과도 같은 기관차도 마찬가지일거구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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