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위협 쇼 ‘김정은 입’ 막을 전략도 필요하다

I. 북핵해결을 위한 선택지

구정 전후에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폭발한 한국정부의 분노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그리고 개성공단 철수로 이어지고,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제재 특별법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내에 지난 10년간 북한의 핵실험-미사일발사에 대한 솜방망이 대처보다 훨씬 강한 제재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모두 박근혜 정부가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관철한 결과로서 지난 수년간 같은 생각을 피력하였던 필자로서도 개인적으로 감회가 없지 않다.

그러나 사드배치와 개성공단 중단이 국내외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조치는 앞으로 한국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가야할 길의 시작점 혹은 기초작업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 철수가 4.13총선용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주장은 망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의 상상력의 빈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북핵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상상력의 빈곤은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이후 국정원 제1차장, 독일대사)의 생각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월간조선』 2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결국 결론은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핵 문제를 해결, 둘째 북한 핵 시설 타격, 셋째 우리보다 더 북한과 가까운 나라를 설득해 북한과의 단교 선언 유도. 어떤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어 보입니까. 저는 첫째 방안이 가장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주장하는 것이죠.”

북핵문제의 해결방안을 위의 세 가지 선택지로 줄여놓고 그 중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현실적인가를 놓고 보는 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거짓 딜레마의 오류’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 선택지는 더 많거나 적은데 이것을 왜곡해 놓고 선택을 강요하는 오류이다. 어떤 선택지가 더 있는지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지만, 이수혁 씨의 사고방식의 근본적 오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잘못된 발상이다. 선택은 한국이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정권이 해야한다. 즉 ‘붕괴할 것인지 핵을 포기하던지’ 양자택일의 갈림길로 북한정권을 몰아넣어야 북핵문제는 해결되며, 이수혁 씨가 언급한 ‘대화, 무력, 외교’ 모두 북한이 붕괴와 핵포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수단일 뿐이며, 따라서 이런 수단은 결코 상호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 더불어 민주당이 종북정당이라는 항간의 잘못된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입당하였다는 이수혁 씨는 고위공직자 출신으로서 정치입문 동기가 자신의 개인적 영화에 있는지 아니면 국가의 안위에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II. 사드배치와 중국의 속셈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과 미국의 사드배치의 속셈이 중국을 겨냥하였다’는 주장을 연일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로 안보 위기에 빠진 한국의 입장과 기술적으로 중국을 위협할 수 없는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비교불가능하다는 점은 왕이 부장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그만 안보이익을 주장하는 중국이야말로 안보절벽의 위기에 놓인 한국의 입장을 이해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사드배치를 집요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이용하여 한미동맹을 견제하겠다는 속셈 즉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실현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미동맹을 실제적으로 위협할 수 있어야,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는 대가로 한미동맹 파기를 한국에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현재 한국에서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언론들은 중국의 한미동맹 파기 요구를 지지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위기는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올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외교부 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중국의 사드배치 반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속셈’이라고 일갈(一喝)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 중국의 사드배치 반대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제재의 국면을 한국문제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중국이 계속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진다면, 사드배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열쇠를 중국에게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즉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제거한다면 동시에 사드도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약속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에 압력을 가해 ‘하나’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북한의 목을 비틀어 ‘사드와 북핵-미사일 제거’라는 ‘두 개’를 얻는 것이 옳다. 중국이 이것도 거부한다면, 한국과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하여 논의를 하는 것이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어불성설(語不成說)을 잠재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III. 개성공단철수의 의미

개성공단철수를 통해 한국은 국가안보를 결정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정권과의 치정(癡情)관계를 청산하였고, 그동안 국제사회의 북한경제에 대한 실효적 제재를 사실상 막아왔던 모순적 태도를 폐기하였다. 그러나 개성공단중단 자체가 일정기간 북한제재의 주요수단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이 점은 북한정권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달려 있지만, 파산지경에 이른 북한의 공식경제를 놓고 볼 때 북한내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노예적 인력수출만이 대안이며, 따라서 국제사회와 한국은 북한의 이런 인력수출을 차단하거나, 북한정권의 임금착취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 외국에 송출되는 개성공단출신 근로자들이 진실에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한편 김정은이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철수를 예상하였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의 답은 작년 12월 개최된 남북차관급회담에서 북한이 매우 집요하게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회담이 결렬되고 불과 한 달이 채 안되어 김정은이 핵실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금강산관광 재개요구가 실패한 것에 대한 화풀이로 핵실험을 하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었을 경우, 그리고 이미 예정된 제4차 핵실험이 실행된 경우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하여 여러 경우의 수를 검토하였을 것이다.

우선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통일전선부장 김양건은 상당히 논리적인 두뇌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렇다면 그는 작년 8월 지뢰도발과 휴전선대북방송 및 남북회담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강한 대북제재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였을 것이다. 그는 금강산관광을 재개시킴으로써 개성공단중단을 핵-미사일 도발 이후 대북제재 리스트에서 빼려고 시도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개성공단과 재개된 금강산관광 모두를 중단하는 것은 통일부의 입장이나 야당과 한국 내 좌파여론에 비추어 어렵다고 생각되고,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남는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말잔치에 불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양건이 주도한 남북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고, 그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으며, 불과 일주일 후에 김정은은 안정장치 금강산관광 재개 없이 4차 핵실험을 하였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중단시키지 않고 그 존속여부를 북한의 행동과 연계시켰다. 2월 초에 김정은은 총참모장 리영길을 공개적으로 체포·처형하고, 설 기간에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였다.

이미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여러 번 확인된 것이지만 김정은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지르고 보는 전형적인 ‘질러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신의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모두 죽임으로써 최고위급 측근들에게도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핵전쟁을 하든 재래식 도발을 하든 실제 움직여야 할 군부인사를 대량 처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김정은의 측근 중에서 숙청의 칼을 받지 않은 부류는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빨치산출신 자손의 간신배형 인물들이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비롯하여 불과 수년 사이에 매우 많은 고위측근들을 잔인하게 처형하고도 정신적 황폐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런 반인륜과 살육을 정당화할 수 있는 높은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탄과 한국을 겨냥한 핵미사일로 크게 한 판 벌여 단숨에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 적어도 한국의 안보를 무력화하고 한국을 노예화하는 것이라는 점은 비교적 명백하다. 이제 주변의 간신배들은 거의 Yes-Man들로 구성되었을 것이며, 김정은의 망상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인물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핵전쟁은 김정은의 고착된 사고(idée fixe)라고 보아야 한다.

IV. 김정은의 입막기

지금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거의 대부분 북한경제 옥죄기에 올인하고 있고, 피해당사국인 한국은 핵미사일 방어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매우 중요한 대북제재 대상이 빠져 있다. 그것은 북한의 ‘전쟁선포에 대한 대책’이다.

2012년 12월과 2013년 2월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하고 제3차 핵실험을 하자, 솜방망이지만 유엔제재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2013년 3월 북한은 정전협정의 효력을 무효화하고 김영철 총정찰국장이 ‘전쟁상황에 돌입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에 핵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러자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외신보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외국의 전쟁전문기자들이 입국하였던 것을 우리들은 기억한다. 이석기가 북한의 새로운 핵전쟁 방식으로 남조선해방의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믿고, 그의 RO(혁명 조직)를 소집하여 후방테러작전을 숙의하도록 만든 때도 바로 이 시기였다.

모든 정황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은 유엔제재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에 핵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이 극히 높다. 2013년 봄에 한국 국민은 김정은의 야밤 핵전쟁위협을 단순히 개그쇼로 간주하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생산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정식 전쟁선포와 미디어를 통한 북한당국의 전쟁위협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규범도 지키지 않는 북한의 경우에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따라서 북한당국이 정전협정을 무효화하고 전쟁돌입을 공개적으로 선언할 경우에 국제사회는 미리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번 유엔제재 내용에 북한의 전쟁선포시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명시하여 합법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쟁을 선포한 북한과의 원유와 휘발유 등 모든 전략물자 수출입 금지 등을 규정할 수 있다. 이런 조치는 북한의 호전적 태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도 공개적으로 거부할 이유는 없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유엔제재와 별개로 북한의 전쟁선포에 대하여,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수준에 비례한 대응을 원하는 시각, 원하는 장소, 원하는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음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과 미국에 전쟁위협을 하고 싶은 김정은의 입을 막거나, 김정은의 입을 이용하여 북한에 대한 선제적 대응조치를 정당화하는 것이고, 실제로 핵을 가진 북한이 전쟁을 선포할 경우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조치이다.

만일 유엔과 한미의 이런 대응책이 김정은의 전쟁선포 입을 막을 경우, 김정은의 북한 내 위상은 추락할 것이다. 지금까지 측근 1백수십 명을 잔인하게 처형하면서 대남·대미 핵전쟁을 주장해왔지만 그것이 허장성세였다는 사실이 들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김정은이 경고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쟁선포를 감행할 경우 응당 국제사회와 한미동맹은 김정은 정권을 가능하면 빨리 제거하는 것이 옳다는 국제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딜레마를 피하기 위하여 김정은이 남북최고위당국자 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북한의 대남도발과 전술·전략이 긴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한국도 몇몇 이벤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긴 스토리를 그리는 것이다. 북핵해결을 위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스토리 내에 수북하게 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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