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말고 사랑을” 외국인 노병들 호소

“전쟁을 하지 말고 사랑을 하라… 젊은 사람들은 누가 이 나라를 지켰는지 앞으로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 한반도에 투입돼 1년여간 철원, 평양, 김화 등에서 치열한 전투를 했던 벨기에인 레이몽 베어(76)씨는 24일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외국인 참전용사 21명(벨기에인 12명, 콜롬비아인 10명)과 함께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의 초청을 받아 방한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과 싸우며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겪었던 베어씨는 “한국행을 자원했던 것은 예전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상을 겪던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입항한 부산에서 처음 마주친 한국인들은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거리에 나가면 한겨울에 신발이나 옷도 없이 먹을 걸 달라고 애원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모두 고아였다”고 말했다.

베어씨의 방한 동료인 콜롬비아인 라울 마르티네스 에스피노사(81)씨는 22살이던 1951년 직업군인 신분으로 참전해 금성, 김화지구 전투를 겪었을 때의 끔찍한 광경을 마치 최근 상황을 그려내듯 생생하게 설명했다.

“사람들의 몸이 찢기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중공군과 대치했을 때 폭약 냄새와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미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두 노병(老兵)은 전쟁 때 죽은 전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명복을 빌기도 했다.

베어씨는 “전쟁은 파괴, 고통, 이별과 동의어다.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것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에스피노사씨는 “이제는 정말 남북이 통일돼야 하며, 남북한 갈등은 많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들이 젊음을 바쳐 싸워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은 덕에 한국이 번영을 누린다는데 대해 매우 뿌듯해했다.

베어씨는 “한국 사람들이 지난 50여 년 동안 이룬 것이 놀랍다. 당시 완전히 파괴됐는데 지금은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다”라고 경탄했다.

에스피노사씨는 “그 파괴된 도시에서 지금 1천만명이 살아간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자부심을 느낀다. 내 희생이 발전의 발판이 됐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베어씨와 에스피노사씨 등 참전용사 22명은 오는 27일까지 전쟁기념관 방문, 한국전쟁 59주년 기념식과 참전용사 위로연 참석, 판문점 방문 등의 공식일정을 가질 예정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