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하든 한국과 통일을 하든 어느 쪽이든지 끝장을 내서 우리를 먹여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11월 30일 전격 단행된 북한 화폐 개혁이후 북한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한 기록이 1일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육성녹음 파일과 함께 공개한 ‘북한주민 증언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에 실패한 북한 당국에 대해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진(가명) 씨는 ‘북한 정부를 아직까지 믿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게 희망 같은 것은 없다”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몇 년째인가? 예전에는 조금씩이라도 배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완전한 미공급상태다. 그렇다고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불평한마디 못 하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 씨는 “힘이 센 나라가 (이기면 우리를) 먹여주겠지. 어차피 그렇게 사는 것이 낫고, 백성들이야 전쟁이나 일어나서 빨리 매듭지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렇게 (못)사는 것이 당 (때문)이냐? 아니면 누구 (때문이)냐? 이러다가 결말에 가서는 ‘미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그래도 김정일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며 “밑에 있는 자들이 이래서 이렇다 정도의 비난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명호(가명) 씨는 “이제는 주민들이 김정일을 믿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것이 있지 않겠는가. 이전에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말 사회주의가 대단하고 제일인줄 알았는데 나와 보니 중국이나 미국이 얼마나 발전하고 북한과 한국이 천지차이인지 안다. 한국에 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주민들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괜찮아져 본적이 있어야지 기대를 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내려가면 내려갔지, 더 나빠지거나 덜 나빠지거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애령(가명) 씨는 화폐개혁 이후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법’으로 규정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에서 배급을 못 해주니 장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씨는 화폐개혁 이후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주민들이) ‘어떻게 사나?’라며 사방에서 아우성 소리가 들렸다”며 “돈을 3일 안에 바꿔야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시장은 순식간에 텅텅 비었고, 상품을 일체 팔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편, ‘운동본부’가 이날 공개한 인터뷰 내용은 지난 6월 뉴욕타임즈가 이 단체에 의뢰해 실시한 북한 주민 인터뷰와 이후 단체가 추가로 인터뷰한 내용이다. 뉴욕타임즈는 6월9일 이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화폐개혁 이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란 주제의 특집기사를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