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은 친북단체였다

▲ 집회장으로 향하는 좌파단체들

깨진 계란껍질, 흙먼지 투성이 전경들, 짓밟힌 꽃,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나무, 유리창이 다 깨져버린 경찰차량, 휴짓조각처럼 구겨진 번호판…….

지난 11일 인천 자유공원의 시위가 할퀴고 간 흔적이다.

맥아더 동상 철거를 둘러싼 친북반미단체와 보수단체의 논쟁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에 이어 이들이 다시 만났다. 집회장으로 가려는 친북단체들과 이를 막으려는 보수단체들의 시위와 몸싸움으로 경찰은 양쪽 모두에게 곤욕을 치러야 했다.

결전(?)의 시각 오후 3시.

집회장소로 이동하려는 친북단체들의 길게 이어진 행렬이 자유공원에서 내려다 보였다. 경찰은 집회장소를 선점하려던 보수단체를 제지했고, 보수단체와 친북단체의 출돌이 예상되자 보수단체 회원들을 옆으로 밀어냈다.

경찰의 엄호를 받으며 집회장소에 들어선 친북단체 회원들은 연신 ‘주한미군 철수’와 ‘맥아더 동상 철거’를 외치며 플래카드를 흔들어 보였다. 그 옆에는 “김일성 동상에는 왜 침묵하는가”라는 보수단체의 플래카드가 맞섰다.

집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취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있었지만 심각한 욕설은 공해의 수준이었다.

“빨갱이 새끼들!”
“늙으면 죽어야 돼!”

부모와 자식이, 삼촌과 조카가 그렇게 서로에게 죽일 듯 욕을 해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밝히고 싶은 그들의 의지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어른들에게 욕을 해대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참담했다. 기자 역시 대학생으로서, 그들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 자유로운 대한민국은, 누구에게든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이렇게 상대방에게 심한 말과 함께 욕설까지 퍼부을 수 있을까. 젊은 시절 이렇게 편협한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방식에 길들여진 그들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평화적 방법’으로 전경을 구타해?

준비한 행사가 끝나고 맥아더 동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들이 연신 주장했던 것은 “우리는 평화적 방법을 원한다”였다. 이렇게 말하던 그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계란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의 방패와 곤봉을 빼앗아 던지고, 심지어는 끌어내 구타까지 했다. 과연 이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평화적 방법이란 말인가? 전경들이 먼저 폭력을 휘둘렀다고? 그럼 미리 준비해간 계란과 대나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화해와 통일을 외치는 이들은, 그런 거친 말로 대체 누구와 화해하고 통일한단 말일까? 바로 앞에 했던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는 이들에게 ‘일관성’이란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평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싶다면 자신들의 말처럼 ‘평화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겠는가? 또한 자신의 입장과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욕설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설득하고 상대방의 말도 들을 줄 아는 열려있는 귀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식으로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해서, 다수의 폭력으로 실력행사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 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맥아더를 전쟁광으로, 점령군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2005년 9월 11일 인천 자유공원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광은 친북단체였고, 점령군 역시 그들이었다.

이현주 대학생 인턴기자 lh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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