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환수반대 도미노’…국민여론 급변

▲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와 전문가들의 활동 일지 ⓒ데일리NK

역대 국방장관을 비롯한 전직 고위 외교관, 전직 경찰총수, 지식인, 종교인 등의 잇따른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추진을 반대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참여정부의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과 관련해 지난 8월 2일 전직 국방장관 13명을 포함 군 원로 15명이 윤광웅 국방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윤 장관은 바로 다음날 반박회견으로 맞섰다.

이로 인해 정부의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을 반대하는 보수성향 단체들의 규탄성명과 장외투쟁은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보수단체들의 전작권 추진 반대활동이 촉발하기 전에는 ‘주권’과 ‘자주’를 내세운 정부의 전작권 환수 논리에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했다.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을 반대하는 주요 활동으로는 지난 2일 역대 국방장관과 군 원로들의 윤 장관 면담을 시작으로, 10에는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와 20여개의 보수단체 회원 5천명이 서울역 광장에 모여 전작권 환수저지를 위한 첫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어 22일에는 기독교사회책임 등 10개 개신교 단체들이 ‘국가안보를 위한 기독교긴급행동’(기독교긴급행동)을 결성하고 전작권 논의 유보를 촉구하는 목사‧장로 5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23일에는 육‧해‧공사 총동창회 등 예비역 단체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평시에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국가가 추구할 최대 목표가 돼야”한다며 “국가의 자존심이나 주권문제를 결부시켜 국기를 뒤흔들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등을 지낸 예비역 장성 82명도 31일 긴급 모임을 갖고 “노 정권은 ‘자주’라는 황당한 명분을 내세워 전작권 환수가 일제에게 빼앗겼던 주권을 되찾아 오는 거룩한 독립운동인 양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모아졌던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 반대 여론은 9월 2일 시청 앞 광장에서 발산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주최가 주최한 전작권 환수 반대를 위한 국민대회에는 5만 여명이 참여해 절정을 이뤘다. 일부 언론은 국민들의 총궐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그간 전작권 논란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한나라당 지도부와 한나라당내 유력 대권후보군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와 함께 5일에는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 논란이 교수, 학자, 변호사 등 지식인 사회로도 번졌다.

전‧현직 교수와 학자 등 지식인 700여 명은 이날 그 동안 군 출신 단체들에 의해 주도해오던 전작권 관련 반대 목소리를 사회 지도층인 지식인 사회로 확산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지식인, 전직 외교관들 반대성명에 정부 당혹

이들 지식인들의 전작권 추진 반대 성명은 7~80년대 군부독재정권 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제기한 이후, 그동안 정치적 이슈에 집단적 목소리를 아꼈던 지식인들의 행동이어서 전작권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10일에는 전직 고위 외교관 160명이 전작권 반대 목소리에 가담했다. 이같은 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상처음 전직 외교관들이 정치적 현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 이들의 목소리는 ‘특정세력 힘 실어주기’로 전작권 반대 목소리를 폄하하던 정부의 입장을 당혹스럽게 했다.

바로 이어 전직 경찰총수 30명 중 26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참여정부에서 경찰총장을 역임한 최기문,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총수 26명은 11일,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50여 명의 전직 총경급 이상 경찰 간부들이 함께했다.

이와 함께 12일에는 기독교긴급행동이 목사‧장로 3만 여명이 서명한 전작권 추진 반대 입장을 주한미대사관에 전달했고, 그동안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을 반대했던 성우회와 한기총, 선진화국민회의, 재향군인회 등 11개 보수단체들이 결집해 500만 명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총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보수단체들의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 반대 활동 초기 국민여론은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는 여론이 높았다.

지난 8월11일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와 폴리시앤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3.8%가 전작권 환수를 찬성했고, 반대하는 쪽은 21.3%에 그쳤다.

바로 이어 13일에도 한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가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52.5%로, ‘미국이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40.3%보다 12.2%포인트 높았다. 15일 KBS 여론조사에서도 2012년 이전에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수(51.5%)를 넘었다.

그러나 9월 들어 전작권 논란이 길어지고, 반대 성명이 줄을 이으면서 국민들의 여론은 급반전하기 시작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9월7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전화 조사에 따르면 ‘이번 정권에서는 전작권 환수 논의를 중단하고 다음 정권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성’이 44.6%, ‘반대’가 35.5% 포인트로 역전됐다.

이런 여론 변화는 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국민들은 ‘전작권 환수는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6.3%였고, ‘주권과 관련이 있고 자주국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9.4%에 그쳤다.

이같이 보수단체들과 안보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국민들의 여론은 정부의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에 부정적 의견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과거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정권에 봉사하고 협조한 지식인과 관료들의 수구보수 네트워크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청와대도 논평을 내고 “논의를 성숙시키고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반대’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들의 반대논리는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일관되지도 않다”고 일축해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을 강행할 뜻을 천명했다.

따라서 전작권 정국은 14일 열릴 한미정상회담과, 10월에 개최되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작권 단독행사 추진에 따라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보수단체들과 안보전문가들의 향후 대응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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