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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당의 입장도 분명하지 않고 강력한 리더십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작권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지도부가 의지를 불태운 의원총회에는 소속 의원(126명)의 절반도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결의안 채택마저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총회 진행동안 의원들 사이에서는 작전권 이양 논의 ‘중단’이냐 ‘연기’냐를 놓고 고성(高聲)이 이어졌다.
28일 강재섭 대표가 작전권 단독행사 문제와 관련, 영수회담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의했지만 거절 당했다. 29일에는 황진하 의원이 당 ‘특사’ 자격으로 미국과의 직접 협의를 위해 출국했다.
이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못마땅하다는 여론이 많다. 김용갑 의원은 “영수회담은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미국과의 논의도 이미 끝난 지금에 와서 특사를 보내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환수는 절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의원들 상당수도 ‘이제 늦은 것 아니냐’며 체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여기저기서 전작권 환수 주장을 뒤집기는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작권 사태로 인한 당 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영선 의원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전작권 문제는 다른 이슈와는 다르다”며 “반반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현 상태는 한나라당이 일방적인 TKO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송 의원은 “(한나라당은)패자부활전을 할 것인지, 그대로 주저 않을 것인지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은 전작권 관련 논의의 시발점을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여야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야당의 패자부활전 형식으로 짜여진 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전작권 관련 지지 여론에 대해 당에서는 50:50으로 보는 시각이 거의 대부분인데 이것은 전작권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이미 여론은 환수를 주장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
“전작권 환수는 미국, 북한, 정부와 여당이 모두 원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50% 이상의 국민들도 작전권과 관련해 이미 당을 떠난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국민들의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갑 의원은 “소속 의원들이 전작권 논의에 대해 국민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안보 문제를 눈치보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전작권 환수 논의를 중단하는 것이 당론”이라면서도, “환수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지도부 간의 다른 목소리가 당의 의견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조성하고 있다”며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이 전작권 환수 논의 중단을 주장하면 할수록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 의도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홍준표 의원은 “전작권 논의 중단 요청은 한나라당 스스로를 ‘反자주’로 규정짓게 만드는 노 대통령의 덫에 빠져드는 결과”라며 “당력을 모아 ‘자주로 포장한 전작권 환수작업’이 ‘정권재창출을 노린 정치책략’임을 먼저 알려나가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작전권 관련 당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이미 끝났다’는 회의론과 ‘이미 물 건너 갔지만,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몇몇 의원들의 ‘몽니’ 부리기만 엿보이지 정작 소속 의원들의 의지를 모아 총력저지에 나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와서 당론이 모아진다고 해도 국민의 ‘안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는 인식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