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귀막은 열린당…개는 짖어도 마차는 간다?

열린우리당이 정기국회에서 ‘민생 제일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보’는 뒷전으로 밀어놨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가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다시 표면으로 부상할 듯 보였지만, 야당의 힘없는 ‘전작권 논의 중단’ 공세는 묵묵부답으로 임하는 여당의 ‘민생제일주의’ 구호에 막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열린당은 지난달 31일 의원 워크숍을 통해 이번 정기국회를 ‘민생제일주의’ 국회로 만들겠다며 의원들의 ‘단결’을 요구했다. 김근태 의장은 4일 “첫째, 둘째, 셋째도 경제회복”이라며 “우리는 한나라당이 뭐라고 하든 경제문제에 매달리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김 의장의 주장에 열린당은 단결된 힘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한나라당이 전작권 환수 관련 논의를 위해 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든, 미국에 특사를 보내든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미간 전작권 환수는 이미 합의됐으며 국민의 여론도 ‘환수’에 있다’는 자신감인지, 아니면 대응하면 할수록 반대여론을 키울 것이라는 판단인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열린당은 사회 각 계층의 ‘전작권 환수 반대’ 여론에 대해서도 ‘(한미정상회담에서)협상력을 떨어뜨린다’며 자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7백명이 넘는 지식인들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열린당은 “협상력을 약화시킨다”며 유감을 표했다.

참여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조영길 전 장관은 “신뢰를 상실한 동맹은 적보다 못하다”며 전작권 단독행사가 초래할 한미군사동맹의 와해 개연성을 언급했다. 지식인들도 “전작권 단독행사는 진정한 자주국방이 아니다”며 논의 중단을 요청했고, 종교인들도 앞다투어 단독행사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상호 대변인은 “당론은 전작권 환수”라며 “한미간 협상 중인 사안에 대해 한국측의 협상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우 대변인은 “정책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분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국정을 흔드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전직 고위간부들의 ‘자숙’을 촉구하고 나섰다.

열린당의 이같은 입장은 전작권 논의가 확대되면 될수록 자신들의 오류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참여정부에서 정책을 입안한 관계자들까지 전작권 단독행사 반대를 외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평가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열린당은 ‘정치 잔머리’를 굴릴 게 아니라 전 사회 각계각층에서 들고 일어나는 ‘안보 우려’에 대해 정직하게 눈을 떠야 한다.

‘민생’이라는 것이 ‘안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안보 우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면 여기에 부응하는 정치행위를 하는 것이 공당으로서의 역할이다.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부터 막는 정당을 제대로 된 정당으로 볼 유권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열린당이 먼저 국민의 목소리부터 진지하게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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