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8기 제1차 전원회의를 통해 주요 간부 선거를 진행한 가운데, 지위 상승 여부가 주목됐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핵심기구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제외되고 최측근인 조용원은 권력 서열 5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10일)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제8기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및 비서국, 당중앙군사위원회, 당중앙검사위원회 선거와 당 부장 임명 등을 진행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용원의 권력이 수직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됐으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돼 명실공히 북한의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요직도 꿰차지 못하는 등 이변이 연출됐다. 다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이름이 포함돼 있어 아직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은 당 핵심 권력기구인 정치국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는 선거됐다. 호명된 순서 역시 20번째로, 전체 138명의 당 중앙위 위원 중 상위권에 속해 있다.
이와 관련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이 여전히 당 중앙위 위원에 올라와 있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중요한 핵심 직책을 맡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시 “김정은이 결정하면 김여정은 언제든지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직에 선출될 수 있고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상시적으로 보좌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원처럼 공식적 지위가 갑자기 높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정상학, 김두일, 최상건, 오일정, 권영진, 김정관, 리영길이 정치국 위원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면면을 살펴보면 정상학은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장직을, 김두일은 당 경제부장직을, 최상건은 당 과학교육부장직을 맡은 인물이다.
특히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3남으로 알려진 오일정은 이번에 군정지도부장을 맡게 되면서 정치국 위원에 임명됐다. 전임인 최부일 전 군정지도부장은 교체되면서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 정치 일선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새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권영진도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렸고, 인민무력성에서 개칭된 국방성의 수장 김정관 국방상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 또 부침을 겪다 사회안전상에 복권된 리영길 역시 정치국 위원에 올라 당적 지위를 되찾았다.
반면 기존 정치국 위원이었던 박태덕과 태형철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다만 박태덕은 당중앙검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더해 당 규율 강화 목적에서 새로 만들어진 당 규율조사부 부장에 임명됨으로써 당 내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리철만 당 농업부장, 김형식 당 법무부장, 박정근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양승호 내각부총리, 전현철 당 경제정책실장이 새로 진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듯 새로 발탁된 인물들의 이력에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법무부, 경제정책실 등 신설되거나 개편된 것으로 보이는 부서도 있어 상당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앞서 본보는 지난해 9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 사법·검찰·안전·보위기관에 대한 당적 통제를 담당하는 조직행정부가 생겼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 조직행정부를 법무부로 개칭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관련기사 보기: “신설된 조직행정부 책임자에 김재룡 전 내각총리 발탁”)
이밖에 이번 전원회의 보도를 통해 당 전문부서의 부장들도 공식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2019년 4월 내각 총리로 발탁됐다가 지난해 8월 교체된 뒤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부장에 임명된 김재룡이 조직지도부의 부장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당 중의 당으로 불리는 조직지도부장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남북관계를 다루는 통일전선부장이 장금철에서 김영철로 교체된 것도 확인됐다. 대남 담당 부위원장었던 김영철이 개편된 비서국의 비서직에서 빠지고 다시금 통전부장에 임명된 셈이다.
실제 북한은 기존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개편하면서 비서에 대남과 외교 분야 간부들을 제외했다. 이는 외교·대남 문제가 정책적으로 후순위에 밀려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으로, 리선권 외무상이 당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중 가장 마지막에 호명된 점과 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되는 김성남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지 못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