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예상되는 쟁점

현재 한미가 공동행사하고 있는 한반도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행사하기 위해 양국이 머리를 맞대고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한국군의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는 곧 연합방위체제에서 ‘공동방위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만큼 공동방위체제 하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대북억제 및 전쟁수행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지 부터 새로 정리돼야한다.

한미는 현재 연합사를 해체하는 대신 개별적인 작전권을 갖는 한국군과 미군 독자사령부를 각각 창설,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에 따라 전쟁 발발시 미군의 역할과 수준,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를 비롯, 전쟁 승리 후 북한지역에 대한 관리방식, 북한 급변사태 때 미군의 역할 등에서 견해차가 예상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전시 미군의 역할.범위 = 한반도에서 한국군과 미군이 독자사령부를 각각 두게 될 경우 전쟁 발발시 미군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되고 그 역할의 수준과 범위는 어느 선까지 확대돼야 할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전시 작통권을 우리 군이 단독으로 행사하게 되면 전시에 미군의 역할과 범위를 정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될 것”이라며 “양국이 지금부터 조용하게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7월13일 국회안보포럼 초청 강연에서 “향후 한미동맹이 억제력을 유지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선행돼야 한다”며 “먼저 독자적 작전권 수행으로 전환할 때 전시 지상작전에 대한 미군의 적합한 기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정부가 독자적 지휘권을 행사할 때 전시 전략적 목표와 최종 상태, 목표를 고려한 미국의 적절한 군사력 기여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발발시 한국군 주도로 작전을 펴게 될 때 미군의 지원 병력과 역할, 범위 등이 명확하게 결정되어야만 전쟁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군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행사하게 되면 주한미군은 해.공군력 위주의 지원역할로 바뀌게 될 것임을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때문에 ‘지원역할’이란 막연한 개념을 세분화해 지상, 해상, 공중에서 지원되는 전력을 명문화할 필요성이 있다는게 미국측 의중으로 풀이되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벨 사령관의 이런 발언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공교롭게도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지역에서 동시에 분쟁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이 즉각 투입돼야 하는데 한반도 전쟁에 투입할 병력과 장비 등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으면 전쟁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것이다.

또 전쟁 발발시 미군을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결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건이 상시 조성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전시 작통권 이양 요구에 대해 미국 조야의 반응은 상당히 냉소적”이라면서 “한미관계가 지금처럼 불편하다면 막상 전시에 미국의 전쟁 개입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북한 급변사태시 미군 역할 =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미군이 개입할 것인지 여부도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현행 작전계획으로는 북한의 급변사태 때 ‘연합군’이란 이름으로 미군의 투입이 가능하다. 미군이 북한지역으로 진주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즉각 반응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크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원곤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한미는 미국이 비정규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력기획틀(force planning framework)을 바꿈에 따라 북한의 급변사태를 상정한 주작전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전력기획틀이었던 ‘1-4-2-1 태세’ 개념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전시증원군을 상정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한미간의 주작전계획이 대규모 전쟁을 상정하기 보다는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와 더불어 전쟁이 종결됐을 때 북한지역을 관리하는 방식을 정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측은 북한지역을 ‘미수복지역’으로, 미군측은 ‘점령지역’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전면적인 도발에 대응하는 전시 작전계획(작계5027)의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독자사령부를 구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현행 연합작전계획인 5027은 폐기 내지는 전면적으로 수정될 것이라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지난 10일 “작통권을 환수하면 주한미군의 (작전 및 전력)운용방식과 우리의 운용방식이 달라지며 거기에 맞춰 작계도 수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반도 위기관리 주체 =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한국이 전시에 독자적 지휘권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군사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새로운 지휘 메커니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한반도)위기는 어떻게 관리되고, 누가 위기대응 결심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지전에 버금가는 한반도 위기 발생시 연합사령부에서 대응을 결심하는 현행 위기관리 대응방식이 한국군과 미군의 독자사령부 체제로 전환될 경우 어느 쪽이 주체가 되어야 하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평시 합참의장이 가지고 있던 작전통제권은 방어준비태세(데프콘.DEFCON)가 평시의 ‘Ⅳ’에서 ‘Ⅲ’으로 격상되면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에게 넘어가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들은 각각의 독자사령부를 연결해주는 중간협의체인 ‘전-평시 협조본부’가 창설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위기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수준’을 해석하고 ‘대응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국익에 따라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증원전력 규모.전개방식 = 한반도 전쟁 발발시 연합사령관이 요구해 전개되는 증원전력이 신속하게 투입될지 여부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연합체제에서는 증원전력 요청이 있으면 전쟁 발발시 90일 이내에 69만명의 병력과 5개의 항공모함 전단, 160여척의 해군 함정, 1천600여대의 항공기 및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 최첨단 전력들이 한반도에 투입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전시 작통권 환수로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 증원군의 보장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가시질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에 전시증원군을 무조건 파견하지 않고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개입 여부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이전보다 적어지고 있는 만큼 미군의 군사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다른 세력(나라)과 경쟁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이 진행 중인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만 보더라도 미국은 더 이상 한반도 급변사태를 우선적으로 상정한 군사전략을 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협의는 증원전력 전개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한미는 유사시 압도적인 미군 증원전력의 전개를 전제조건으로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군 단독행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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