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맞아 ‘원호물자’ 마련 움직임…코로나로 달라진 점은?

2018년 7월 27일 전승절 당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내에서 주민들이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7·27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을 맞아 ‘우리마을 우리초소 운동’을 주제로 한 군민연환모임을 조직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군민 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라는 별도 지시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1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도당과 시당에 각 공장과 기관기업소, 농장, 여맹을 비롯한 근로단체에서 전승절을 맞으며 ‘우리마을 우리초소 운동’의 의미가 잘 반영되도록 군민연환모임을 조직해 인민과 군대의 변함없는 유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문을 내려보냈다.

지시문에는 구체적으로 모든 조직별로 인접 군부대 1개 중대를 맡아 26일과 27일 중에 하루를 정해 성의껏 준비한 원호(援護)물자와 음식물을 직접 전해주고, 28일에 집행 상황을 당(黨)에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지시가 제대로 수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준비내용을 목록으로 작성해서 중대장과 중대 정치지도원의 확인수표(사인)를 받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청진에는 이달 초순 이 같은 내용의 지시문이 각 기관기업소와 공장, 농장, 여맹 등 근로단체에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에 진행하는 ‘우리마을 우리초소 운동’은 다른 해에도 강조됐지만, 올해는 좀 다르게 목록까지 작성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에 청진시내의 기관기업소들과 농장 당 위원회, 청년동맹에서는 기관별 경쟁이고 자존심 대결이라면서 준비에 열을 올리며 세부담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의 인원수에 따라 세부담으로 내야 하는 돈은 각기 다른데, 현재 청진시 기업소에서는 당일에 전달할 음식을 마련하는 데만 1인당 북한 돈으로 평균 1만 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돈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는 한 세대당 세부담이 아니고 식구별로 각자 속한 조직에 따라서 모두 내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어린 애들을 내놓고는 거의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급중학교(중학교)도 한 학교당 1개 중대씩 맡아 교원(교사)들이 개별 학생들에게 돈이나 쌀을 내도록 하는 사업이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학생인 자녀가 있는 세대는 직장 및 조직별 세부담까지 합해 사실상 이중, 삼중으로 부담을 지게 되는 꼴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은 개별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군인들의 모포와 혁띠닦개, 중대의 초상화 정성걸레와 빗자루, 부업 농사에 필요한 곡괭이, 삽날, 신발 깔창, 비날론 걸레들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문에서 올해는 전염병(코로나19)으로 군부대 출입이 승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별도로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위문공연 준비도 취소됐고, 당일 음식이나 물품 전달은 중대 정문 초소에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주민들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항상 배고픔에 시달리는 군인들이 부모 같은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1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받는데 하루라도 잘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