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무기 재배치론’..남남갈등 예고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 무장화에 성큼 다가선 만큼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다시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재래식무기를 골격으로 했던 남북한 군사력 비교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1991년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중국을 겨냥해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주한미군에 1천720여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모두 본토로 철수시켰다.

전술핵무기는 주로 미사일이나 155mm 포탄 등에 탑재하는 소형 핵무기를 말하며 군사적으로 1개 전술핵무기는 전차 1개 대대의 화력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직 국방장관들은 12일 긴급 회동해 미군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재배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성은 전 장관을 비롯한 14명의 전직 국방장관과 박세직 향군회장, 김상태 성우회장,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 원로 17명은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가시적 조치를 확실하게 취하기 위해서는 1991년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한국에 배치하도록 미국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남북한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하고 북한의 핵 공갈에 꼼짝없이 끌려 다녀야 할 입장”이라며 “전술핵을 재배치하도록 미국과 즉각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래식 전력의 핵심인 야포 전력에서도 북한에 뒤지고 있는데 핵무장까지 하게 되면 이에 대응하는 핵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군 원로들의 주장이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규모가 TNT 1kt 미만인 점으로 미뤄 소형핵무기 실험에 성공했다면 이에 대응하는 전술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소형핵무기는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과 장사정포 등을 이용해 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투발수단을 격파하는 미사일 탑재용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미간 움직임으로 미뤄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한반도에 미군의 전술핵무기가 재배치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먼저, 이달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문제가 심층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핵우산은 1977년 제10차 SCM에서 당시 브라운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이 계속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게 될 것’임을 비공식 약속한 뒤 이듬해 열린 11차 SCM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미국의 핵전력(核戰力)으로 한국의 안전보장을 도모한다’는 뜻의 핵우산은 매년 SCM 공동성명에 명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SCM을 통해 ‘선언적 의미’가 강한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는 문제를 미측에 신중히 타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고정배치 개념은 아니더라도 한반도 위기 유형별로 전개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목록화하는 방안을 타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로는 200kt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단거리 공중발사 미사일(AGM-69), 공중발사 크루즈미사일(AGM-86), 10~50kt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지대지 순항미사일(BGM-109G)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핵탄두가 대형인 전략핵무기를 갖춘 핵잠수함과 스텔스 폭격기 등의 전개도 예상된다.

그러나 미측은 한반도 유사시 전개되는 전술핵무기의 목록을 문서화한다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대만 등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방부 관계자도 “핵우산 제공문제를 기존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전술핵무기가 남한에 재배치되면 ‘한반도 핵전쟁의 시계’가 빨라져 종국에는 공멸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즉 지금은 북한의 핵 포기에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저쪽에서 핵을 가졌으니 우리도 맞대응해야 한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꿈을 실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비록 그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핵 뿐 아니라 한반도와 그 주변의 모든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방관련 NGO(비정부기구)의 한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위기의 실질적이고 평화적인 관리와 한반도 핵문제, 나아가 한반도 정전체제의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길고도 인내심을 요하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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