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1년여 만에 재개되는 6자회담은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의제 선점을 위한 ‘탐색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회담으로 중단됐던 ‘대화 해법’이 다시 모색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북미간 관계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도 밝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 이후 강화된 위상을 바탕으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는 물론 핵군축까지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의 핵보유국 불인정 방침 등도 변함이 없기 때문에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쉽사리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6자회담마저 ‘시간끌기’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에는 핵개발이 계속돼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6자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해결을 모색하며 향후 실질적인 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진단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복귀한다고 선언해 놓고 올해를 넘기면 모멘텀이 상실되니까 일단 6자회담을 재개함으로써 상호 의지를 확인하는 회담이 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단 각자의 회담 전략 아래 다양한 주장을 펼쳐놓고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탐색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난해 9.19합의도 있지만 핵실험을 한 이상 협상에 있어서 ‘높아진 위상’을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은 기조연설 등을 통해 DBA문제는 물론 핵보유국 인정문제, 군축문제 등을 들고 나와 일종의 압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미국과 거래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핵 폐기를 중심에 놓고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합의보다 다양한 의제를 놓고 탐색을 벌이는 정치회담 성격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 = 6자회담 당사국들이 일단 해가 가기 전에 모인다니 다행이다. 이미 오랜 탐색전으로 모든 것이 노출된 상태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각자의 카드를 상대방에게 내보이는 형식이 될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입장이 변한 것으로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이라는 조건이 달려있고, 북한도 역시 ‘적대시정책이 철회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바뀌지 않은 채 만나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회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 좋겠다.

이번 회담은 끊어졌던 대화가 일단 재개된다는 것에 목표를 두고 결말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북핵문제 자체가 여러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아직 첫 과정을 거치지도 못하다가 이번에 첫 단계로 들어가는 것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의제와 다음 회담 일정 등 회담 전개방식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경험으로 포괄적인 해결, 동시해결 등은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부분적이고 단계적인 해결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오랜만에 복귀하는 회담이라서 다양한 입장을 천명하려 하겠지만 체면은 세워주되, 의제는 제한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서 실질적인 논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무엇보다 북한이 핵문제라고 할 때는 핵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양국 간 현안을 모두 해결해 안정적인 번영을 얻겠다는 의도가 있다.

중간선거 후 미국이 처음으로 한국전쟁 종료, 평화협정, 관계 정상화 등을 거론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핵문제 접근방안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관계정상화 제의의 진정성, 정책의지가 있는 지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핵포기 의사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이번 6자회담 협상을 통해 상대의 요구사항과 진의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다. 동시행동 원칙에 기반한 주고 받기를 할 수밖에 없다. ‘말 대 말’ 수준에서 동시행동 원칙을 확인할 가능성 크다.

미국은 중간선거 패배 후 정치 지평이 바뀌었으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 북미관계가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의 변화가 있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북미 간 현안이 많지만 전망은 밝다. 이번 회담에서 상대방의 의지를 확인하고 후속 회담 날짜와 공동성명을 도출하게 된다면 의미가 크다고 본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회담 전망이 비관적이다. 실제 북한이 회담장에 갖고 나올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핵보유국으로 지위를 굳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협상 지위를 격상시키는 것이다. 통상 핵실험을 한 나라는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려 한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겉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핵군축 등을 꾸준히 주장하지만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

BDA 등 금융제재 문제는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 대북 금융제재가 당장 김정일 정권의 통치자금을 고갈시키고 ‘불편’을 주겠지만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도 핵개발을 강행해왔다.

결국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 핵폐기 문제는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논의, 진척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6자회담이 한국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 6자회담이 열리는 동안에는 ‘안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회담 지속이 북한에 일종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미국은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한국처럼 다급할 이유가 없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회담 재개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다.

한국전쟁 종료 선언 등 미국이 제안한 내용은 엄청나지만 북한이 당장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번 회담은 ‘열렸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핵 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북미 양측이 연내 회담 재개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기대는 곤란하다. 지금까지의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 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으로, 북한이 회담과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포기 결심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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