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오바마 집권초기 北核문제 요동칠 것”

북한과 ‘직접대화’ 가능성을 밝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첫해 북핵을 비롯한 대북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될까?

일단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6자회담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미북 양자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위기 극복’과 이라크 등 중동문제 해결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북한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미국의 외교안보라인 구성이 완료됐지만 구체적인 대북정책 수립에는 이후 상당한 준비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장 북한과 공개접촉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에 대한 사전 준비를 마쳐야 미북관계의 전망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협상 초기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을 유지코자 노력하겠지만, 현재 북한 외무성이 거듭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어 미국이 때에 따라 매우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로 돌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윌리엄 번즈 정무차관-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등으로 이어지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도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현실주의자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 모두 양자회담의 필요성은 같이 인식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정한 탐색기를 거쳐 본격적인 협상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라면서 “오바마 행정부 1~2년인 집권 초기에 북핵문제로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도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개시되면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꺼내놓을 카드를 기대할 것”며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로 북한과 대화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은 있으나 북한이 핵포기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 중장기적으로 미국간 대결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비록 오바마 정부가 출범했다 하더라도 핵무기를 정권유지 수단으로 삼고 있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미국이 기대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북한이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에 있어서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아직 수면 위에 떠오르진 않았지만 북한과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외무성도 17일 “미국으로부터의 핵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무기를 보유할 수밖에 없다”며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 해 향후 미북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한 구체적인 현안인 시료채취를 포함한 검정의정서 채택과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핵확산 문제까지 거론될 경우 미북협상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나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에 대한 입장이 확고한데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의혹을 임기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클린턴 내정자는 최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협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된 제재를 다시 가하고 새로운 제재도 고려하겠다”며 “북미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과거 ‘클린턴 사단’이 대거 포진한 것을 들어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당시와 현재는 출발과 조건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전 연구위원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북핵협상 상황은 공식적으로는 북한이 핵개발 단계였으나, 지금은 핵보유 단계에 이른 상황”이라며 “전혀 다른 조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과거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공동코뮤니케’와 같은 구상은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도 “초기 북한이 핵포기를 전제로 한다면 ‘공동커뮤니케’와 같은 비슷한 문건이 생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핵포기를 적시하면서 이를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또한 최근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체니 부통령,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임기 말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 문제제기는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협상의 ‘가이드 라인’을 지정한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협상에 따라 ‘반발’이 거세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최근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 등의 발언에 대해 “북핵문제가 미 국내정치문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너무 쉽게 북한에 양보하거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할 경우 공화당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북핵문제와 관련,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를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북한과의 협상을 어설프게 하자마라’는 메시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백악관을 넘겨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