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핵3단계 ‘근원적 문제’ 부닥쳐 험로될 것”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로 곧 진입하게 될 북핵해결 과정의 핵심인 3단계 폐기 과정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 핵문제를 발생시킨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등 비핵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황지환 서울대 교수는 10일 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정전체제 55주년 특별학술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단순히 핵 문제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60년 가까이 경험한 북미 간 대립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를 의도하는 북미간 입장과 해석이 동일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황 교수는 “북한은 핵 문제 자체가 미국의 냉전기 대북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면서 미국 쪽에서 갈등의 근원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가와 정권의 안전보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반면 미국에겐 북핵 프로그램 자체가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자체가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핵 신고 단계에 이르기까지 잠복해있던 ‘북한이 왜 핵을 갖게 됐는가’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검증과 폐기’라는 핵심적인 단계에서 북미 간 이견으로 표면화하면서 9.19 공동성명이나 2.13, 10.4 합의와 같이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에선 벌써부터 (핵시설과 핵물질을 미국이 인수하는) 우크라이나 모델의 적용 여부가 제기되고 있다”며 핵폐기 3단계 초반부터 북미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게다가 “북미 간 신고의 신빙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언제든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협상 진전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천’ 구상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경제평화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경제평화론 관점은 기본적으로 남북 당사자주의에 기초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은 북미관계의 해결과정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핵.개방 3천’은 정치군사적인 문제의 해결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정책화하기 어려운 캠페인 슬로건 성격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한미동맹이 포괄동맹으로 변하면 한국군의 고차원 전략.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국제적 역할 증대가 예상된다”면서도 “반면 한국군이 주한미군과 연합군으로 해외작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군과의 연합작전에 동원되지 않도록 명문화한다지만 동맹을 유지하는 한 불필요한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해외주둔은 가급적 피할 것이기 때문에 동맹을 유지하는 한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용인하고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선에서 타협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과정에서 전략적 유연성의 원칙과 절차를 확립하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춘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 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견제용보다는 대중 견제용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완전 철수나 상징적인 존재로만 한국에 남길 요구할 것”이라며 “평화협정 체결 이후의 한미동맹이 중국의 기본입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유지될 것이란 점을 중국에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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