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이유로 군 통신선을 차단하면서 통행승인을 내주지 않아 전면 중단됐던 개성공단 통행이 10일 30시간 만에 정상화됐다.
북측은 이날 오전 9시10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우리 측에 9일 하루 중단됐던 남측 인원과 차량의 군사분계선 통행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군 통신선은 여전히 끊긴 상태지만 ‘KT 통신라인’이 연결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남북 담당자가 우리 군과 북한군 담당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군사분계선 출입경 승인 업무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전날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돌아오려다 발이 묶였던 80명은 11일 귀환하고, 10일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통해 우리 국민 250명이 방북했고 북에서 남으로의 귀환도 정상화되고 있다.
이처럼 갑작스런 북측의 ‘통행 정상화’ 조치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북한이 ‘군 통신선’ 차단의 ‘역효과’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통신선’ 차단이 개성공단의 출입경과 직결돼 전면 차단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남북간 정치·군사적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NLL 등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등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도 민간의 교류협력, 특히 개성공단 활동은 보장해왔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앞세워 군 통신선을 차단해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남북간 우발적 충돌 발생시 남북간 협의할 수 있는 라인이 단절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예상외로 개성공단에 직접적 피해가 가자 당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당장 임금 등으로 한해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외화 수입원이 막힌다. 더불어 식량사정이 열악한 북한으로서는 근로자 3만여 명과 그들의 가족까지 10만 명 가까운 인력의 생계 대책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개성공단의 조업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갈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한 군부의 미숙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아직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자나 인력의 통행을 허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 교수는 이어 “군부의 발표시점을 볼 때 ‘남북관계 긴장고조’ ‘미북관계’ 등을 감안한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결국 개성공단 조업 불가능 등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되자 고위층에서 통행 재개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통행 중단을 통해 남북간 긴장 분위기를 극대화 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예상외로 남한과 미국 등의 반응이 강경해 한 발 물러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은 남한 정부의 대북한 강경정책에 따라 불가피한 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남남(南南)갈등’을 유발시켜 왔다. 하지만 이번엔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남한 정치권을 비롯해 여론 등의 비난이 거세지자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아래 하루 만에 통행을 정상화했다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도 북한이 ‘키 리졸브’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 고조에 나서고 있는 것과 관련 “용납할 수 없는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지역에서 이뤄지는 합동 군사훈련은 북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호전적인 수사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관계의 긴장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미국을 조기에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속셈이 소기의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아가 비정상국가인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예측불허의 비정상국가인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자기들 멋대로 현 상황을 인식, 유리하다싶어 단절했다가 불리하니까 다시 해제했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이어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해 언제 다시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할지 모른다”며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위해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압박카드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의 조치에)일희일비 하지 말고 담담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