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51일만에 모습을 나타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4일 보도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와병설과 달리 지금까지 김정일이 은둔생활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상황에 따라 은둔과 깜짝 출현을 반복해온 그동안의 김정일의 모습 중 하나라는 것.
또, 북핵 검증 문제를 놓고 긴장관계에 있었던 미-북간의 관계가 1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해 북한과 합의한 내용이 좋아졌다고 판단한 김정일이 자신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북한 전문가인 이동복(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5일 ‘데일리엔케이’와 전화통화에서 “나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김정일 와병설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의혹을 가지고 있었던 입장”이라며 “지금까지 확인이 가능한 사실은 9·9절에 김정일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 단 하나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정일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대해 “8월 26일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꽉 막혀있던 미-북 관계에서 김정일의 은둔이 나온 것으로, 지금까지 와병설은 김정일의 꾀병이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유화적인 조치에 상황이 진전됐다고 판단해 (김정일이)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환석 연구위원은 “이번 김정일의 등장 보도는 그동안 와병설에 대해 자신이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연막전술일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미-북간 좋아진 정세에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93년 1차 북핵위기 때나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처럼 긴장국면에서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이런 경험을 보면 ‘상황 호전’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힐 차관보와의 협상에서 북한은 일정한 ‘선물’을 받고 ‘긴장상황 해제’라고 판단해 (김정일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이번 미-북간 핵검증서 논의에서 “영변 핵시설과 다른 시설을 분리하여 영변시설에 국한된 검증을 하면 미국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해주겠다는 것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미국에 역제안을 해 “이후 남북동시 핵사찰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미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 업적을 위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미 낡아서 기능을 다한 영변 핵시설을 거래한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와 검증 합의라는 큰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의) 장기 은둔에 따라 국제사회가 후계구도를 점치는 등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에 대해 자신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의 축구경기장에 출현했다는 보도에 대해 “축구경기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며, 김정일의 건강 상태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의 건강문제를 왈가불가 하는 외부의 모습에 아주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태도를 미루어 보더라도 김정일의 와병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