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北 신년사설 “초기엔 南 비난하겠지만…”

2012년 북한 신년공동사설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사설이 예년에 비해 주목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일 급사로 안정적인 후계를 강조했을 뿐이다.


북한이 공동사설을 통해 김정일의 유훈과 김정은 영도체계 확립을 강조하면서 후계체제 안정을 노릴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내용이었다. 다만 대남 메시지 면에서는 복잡한 수가 읽혀지고 있다. 대남 강경노선을 시사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 놓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약 1만 3천여 자 분량의 올해 신년 공동사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데일리NK는 북한 전문가 6인의 분석을 들어봤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 “남북관계 비관적이지 않다”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는 노골적인 대남 비난이 없었다. 지난 2007년 대선 정국 때는 남한 정부에 노골적인 비난을 하면서 반(反) 보수 비난을 가했다. 2012년도 대선 정국인데도 불구, 노골적인 대남 선전선동이 없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향후 남북관계도 비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싶다는 의미일 수 있다. 얼마 전 국방위원회 성명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남북관계를 개선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공동사설은 6·15, 10·4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고 천명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김정은은 배급의 정상화를 비롯해 인민 생활을 개선시켜야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개선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쪽과의 문을 닫아걸고 대화를 단절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북한 당국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 하에서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공동 사설은 ‘적당한 비난’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식량 지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는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는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남한에 너무 유화적인 태도로 나가면 선대 수령의 정통성과 어긋난다. 따라서 이번 공동사설은 협상의 국면을 열어 놨다고 읽을 수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 “김정일 유지 계승이 핵심내용”


“북한 내부 결속과 김정일의 유훈통치 등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핵심을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역할을 대신 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얼마 전 국방위원회 성명을 보면 현 기조에서 MB정부와 협상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관계 개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6·15, 10·4 이행 차원에서 남한 정부가 햇볕정책으로 선회하길 다음 정부에 요구할 것 같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영도체계 구축 의미”


“이번 신년공동사설에서는 김정일의 급사로 인해 김정은 영도체계를 확실히 굳혀나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 현재 북한 체제의 안정화가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우리식’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면서 공식적인 김정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직 김정은에 대한 당·군·정 그리고 인민들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때문에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강조하면서 김정은 통치체제를 하루 빨리 굳히려는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현재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당 조직들의 전투력과 일군들의 혁명성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서 검증된다’고 언급한 것이 그 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南 정부 길들이기 위해 초반 공세”


“특별하거나 주목할만 한 내용이 없었다. 대내적으로 김정일이 추구하던 방식을 안정적으로 견지하겠다는 이야기가 핵심이었다. 김정은의 선군영도 체제로 갈 것이다. 다만 남북관계는 다소 경색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공동사설은 대남 대화공세를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대남 비난의 수위가 높아진 것 같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 남한 정부를 길들이려는 ‘기 싸움’의 느낌도 받았다. 김정은 정권 초기 강한 대남 공세로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사설 뒷부분에는 민족화해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짤막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남(對南) 적극적 위협 없어”


“한국 사회에 반미·반전·통일 투쟁 운동을 자극할 것 같다. 남한의 대선·총선 국면에서 반미 투쟁을 촉발시켜 남한 사회 내부를 열심히 흔들어 놓겠다는 의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군사적인 협박도, 한국 당국에 대한 직접적인 험담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공동사설에서 ‘핵 참화’를 운운했지만 이번에는 핵 무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한과 대화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 열어뒀다고 본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北, 내부 안정위해 당분간 南 적으로 지정”


“북한은 당분간 체제 안정과 김정일 조문 정국이 끝날 때까지 내부 결속에 집중할 것이다. 때문에 공동사설은 외부의 적을 남한으로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체제의 특성상 항상 외부의 적을 지정해 놓아야 한다. 때문에 올해 남북 관계는 먼저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다. 하지만 2·16, 4·15를 거치면서 사회가 안정되면,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확률이 크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