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 北은 대박인가 ‘껌값’인가?

▲ 중대제안 발표를 위해 회견장으로 향하는 정동영 장관

대북 전력공급이 북핵폐기를 위해 어느 정도 능동적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연 ‘대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수로건설 중단에 따른 ‘당연한 보상책’으로 볼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6자회담 복귀비용’ 정도로 생각할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2일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핵 폐기에 합의할 경우 남한 단독으로 200만kW 규모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전력공급이 중대제안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표현했다.

정 장관은 이번 전력공급 제안이 북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직접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을 촉구할 수 있는 중대한 제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핵 포기 대가로 요구하고 있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중 한국이 경제 지원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정 장관은 “북한의 실제 수요는 400만∼450만Kw이기 때문에 우리가 200만Kw를 제공하면 북한 전력난이 해소된다”고 했다.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난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은 이번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북한 신포의 경수로 건설이 2년째 중단되고 공사 재개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다른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남한)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 대북 유화책을 견지할 수 없다는 강한 압박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것마저 거부하면 남한 정부는 더 이상 북한 편을 들어줄 수 없다는 경고라는 것이다.

중대제안,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

지난 6월 17일 정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위원장은 남측의 중대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 후 답변을 주겠다”고 답변했다. 한 달이 다 되가는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전력 공급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니 부통령은 이달 초 정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의 안과 결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라이스 장관은 이날 “창의적이고 유익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도 이번 제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결국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은 남측의 대북 직접 송전 제안에 일단 귀가 솔깃할 것은 분명할 것이다.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력지원은 기존 남북 대화에서 북한이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북한내 발전시설 건설’ 고집할 수도

북한은 2000년 9월 4차 장관급회담에서 200만kW 전력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전력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경수로 사업까지 진행 중이어서 우리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2001년 2월 북한은 남북 전력 실무회담에서도 경수로 건설 지연을 문제삼아 50만kW를 요청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 에너지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남한에 전력 사용을 의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남한이 송전을 임의적으로 중단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한국 정권의 변화에 따라 전력 지원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다자(6자회담 참가국)가 참가하는 통제기구를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력 지원을 한국이 100%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미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총 발전량 200만kW급의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만큼, 북한이 미국에게 북한 내부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형태의 지원을 계속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 파기 책임을 미국에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의존도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형태의 송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도 제기된다.

대북 직접 송전 제안은 남한의 입장에서는 경수로 사업이 좌초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절충안이지만, 북한측 입장에서는 원래의 제네바 합의보다 후퇴한 제안으로 여길 수 있다.

북-미간 회담이 ‘중대제안 효과’에도 영향

전력 지원은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는 데만도 3년이 소요된다. 예산도 건설 및 송전에 수 조원이 소요되는 국책 사업이다. 따라서 3년간 전력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지원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문제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투명하고 지속적인 이행 여부가 국민 여론을 좌우할 수 있다.

대북 송전 제안이 북한 핵 포기 결단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북한 핵 포기 의사도 분명치 않을 뿐더러 핵 폐기 대상, 사찰, 고농축우라늄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 조건에서 중대제안이 별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북한은 핵 포기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1차적인 체제보장과 경수로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을 먼저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의 제안은 공중에 떠다니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남측의 전력 지원 제안을 경수로 완성 시점까지 한시적인 지원 내지는, 중유 지원의 다른 형태로 간주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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