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유연성 美 일방통행 아니다”

▲ 17일 개최된 ‘미, 한반도 정책’ 세미나에서 토론하는 참석자들<출처:조선일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관계가 일정한 ‘고비’에 도달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양국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1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의 한반도 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최근 양국 사이에 논란을 빚어온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노 대통령이 주장한 동북아 균형자론’ ‘작계 5029 추진 무산’이 집중 논의됐다고 조선일보가 19일 보도했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소(DIA) 연구원은 “동맹은 서로 계약서에 서명한 결혼관계와 같다”면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동맹은 깨지는 것이다”고 경고했다.

빅터 차(Cha)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국장은 이 문제와 관련 “이것(전략적 유연성)은 일방통행이 아니다”면서 “한국에 비상사태가 나면 미군이 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에서든 한반도로 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 8일 공사 졸업식에서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 이종석 NSC 사무차장이 청와대 조사를 받은 것도 이 문제를 미국과 사전 합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여전히 한미관계의 뜨거운 현안임을 보여줬다.

유재건(열린우리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주제발표에서 “노 대통령이 언급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지역 내 국가들 간의 협력을 통해 분쟁을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EU와 유사한 공동체 형성으로 이해해달라면서 확대해석 경계를 요청했다.

한-미 양국 사이에 ‘동맹 온도차’ 실재

유 의원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학자와 의원들이 “한∙미 관계는 여전히 공고하다”고 말하면, 미국 친구들은 “실제로 문제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해 한-미 동맹에 대한 양국의 온도 차가 실재함을 시인했다.

‘작계 5029 추진 무산’ 문제에도 우려가 이어졌다. 한용섭 국방대학 안보문제연구소장은 “이런 일은 양국동맹이 형성된 이래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박진 의원은 “한국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혼자의 힘만으로 대처할 수 없고, 한∙미 양국이 함께 동맹으로서 대비해야 한다”고 유사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빅터 차 국장은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도 경계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대립도 있지만 잘 진행 중이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라크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동맹의 역할을 세계적 문제에 대한 대처 수준으로 확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동맹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동맹에 닥칠 도전에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최근 한미관계에 이상 징후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동맹의 파트너십이 발휘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특히 미국측 참석자들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처가 한미동맹을 좌우할 주요 변수라는 점을 지적하고 한국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북한인권문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소재

짐 리치 미국 하원 아태소위원장은 “한국이 20세기 정치와 경제적 안정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한미동맹을 21세기 들어 별 생각 없이 저버리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인권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소재가 됐다”며 “김정일 정권의 계산된 분노가 겁나 비켜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세미나 결과를 두고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변화는 대북관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전제하고 “우리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자주를 외치는 데 대해 미국측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대폭적인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한국은 동맹국 지위에 맞는 서포트(지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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