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동기훈련을 앞두고 전략군 중심의 전쟁준비 완성을 골자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새 훈련명령을 전군에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4년 창설된 전략군은 육·해·공군과 함께 4군(軍) 체제를 구성하는 북한군 조직으로, 단·중·장거리 미사일부대를 지휘·통제한다. 과거 재래식 무기체계 위주에서 비대칭전력 중심으로 훈련의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전략무기 강화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 따른 정세 변화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2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무력 총사령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의로 된 새 훈련명령이 총참모부를 통해 전군에 하달돼 부대 작전부들이 군인회관에서 즉시 명령문 침투 회의를 실시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11월 말 한해의 인민군 훈련 강령과 지침을 제시한 ‘무력 총사령관 훈련명령’이 전군에 내려지는데, 올해는 예전보다 일주일 빨리 훈련명령이 하달됐다는 전언이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훈련을 대하는 군의 만성적 태도와 올해 자연재해 복구, 경제건설 동원 등으로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군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회안전군, 민방위군 2021년 작전 및 전투정치훈련 과업에 대하여’라는 무력 총사령관 훈련명령에는 북한 군종, 병종, 전문병, 전략군, 사회안전군, 민방위군의 훈련집행 내용과 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훈련명령문은 서문과 마감문을 비롯해 훈련기간, 훈련대상, 훈련내용 등 14가지 체계로 구성돼 있다. 서두에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강조하면서 ‘전군이 미제의 무력도발로부터 국가와 인민의 안녕을 보위하려면 현대전에 능한 싸움꾼들로 준비해야 한다’며 새 훈련명령의 의미를 밝혔다.
이 가운데 소식통은 “전략군과 방사포병 구분대 훈련기간을 9개월로 정해둔 것이 새 훈련명령에서 가장 새로운 점”이라며 “작년(2019년-2020년) 훈련명령에는 전략군 훈련기간이 7개월로 정해져 있었고, 방사포병은 포병 훈련집행 방식에 총괄 포함돼있어 특별히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훈련명령문에는 2021년 1, 2기 전략군 및 방사포병 훈련기간이 2020년 12월 1일~2021년 3월 31일(4개월), 2021년 7월 1일~11월 30일(5개월)로 명시돼 있다.
또 다른 내부 군 소식통 역시 “무력 총사령관 직속 부대인 전략군의 훈련기일을 대폭 늘린 것에 더해서 그간 실전 배치해온 신형 방사포병 화력복무 훈련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 이번에 하달된 훈련명령의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략무기를 중심으로 3주적(미국, 일본, 한국)과 공화국을 반대하는 제국주의 침략세력들의 도발 책동을 저지하고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새 훈련명령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연이은 자연재해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비가 많이 드는 재래식 전력에 치중하기보다 저비용 고효율의 비대칭전력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훈련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북한군 내부에서는 앞으로 이 같은 훈련명령 기조가 유지돼 인민군 정기훈련이 비대칭전력을 중심으로 한 현대전 대응 전술훈련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한편에서는 향후 전략군 산하 부대 복무 조건은 좋아지겠지만, 반대로 재래식 무기편제 부대들에 대한 공급이나 대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