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승호리 시멘트 공장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승호리 세멘트(시멘트) 공장이 3개월째 멈춰 있다”며 “이 때문에 공장 근로자들이 농사일만 하고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국가 기간 산업 중 하나인 시멘트 공장이 전력 공급 중단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북한은 평양 중심구역과 주요 핵심 기업소 위주로 전력을 공급하고 이외 지역은 전기 사용이 상당히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전기공급에도 차별?…평양 중심구역엔 하루 5시간, 그 외 지역엔…)
승호리 시멘트 공장은 평양 외곽 지역인 승호구역에 위치하고 있어 북한 당국의 전력제한 정책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승호리 시멘트 공장을 핵심 기업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소식통은 “승호구역은 평양시에 소속되어 있지만 사실상 평안남도와 황해북도를 인접하고 있어 수도 소속으로 대접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시멘트) 공장이 있어 (평양 소속이라는) 명목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호리 세멘트 공장은 1919년에 만들어진 공장으로 설비가 노후 되고 장비수준은 보잘 것 없었고 생산량도 많지 못하다”며 “1990년대 상원 세멘트 공장이 건설되면서 승호리 공장은 중앙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승호리 시멘트 공장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다량의 연료를 소모하는 습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습식 시멘트 제조방식은 에너지 절감 및 자동화면에서 낙후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관련 기업들은 건식 제조 기술을 이용해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낙후된 기술과 설비로 인해 양질의 시멘트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 승호리 시멘트 공장이 자연스럽게 핵심 기업소 대열에서 제외돼 전력 공급에 제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즉, 전력난으로 인해 공장가동이 멈춘 것이 아니라 기업소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승호구역 인근에 위치한 상원 시멘트 공장은 프랑스 시멘트 생산 기업 라파즈SA와 협력, 자체 화력발전소 건설, 생산설비 교체, 공정 자동화, 자체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량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멘트협회가 2011년 발표한 북한 시멘트 산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승호리 시멘트 공장은 연간 95만 톤(2009년 기준)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상원시멘트연합공장은 2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이 정확한 통계를 공계하지 않고 있으나 2009년에도 연간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보아 현재는 격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신문도 지난 5월 상원 시멘트 공장에 대해 김정일이 명예지배인이며 “당(黨)의 대 건설 구상을 맨 앞장에서 받들어가는 미더운 노동 계급의 대부대가 있는 굴지의 생산기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국내 한 탈북자는 “상원시멘트공장의 생산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승호리 시멘트 공장이 소외되고 있다”며 “중앙의 관심이 멀어지다 보니 전력공급도 제대로 안 되고 지금은 거의 존폐 유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승호리 시멘트 공장 중단으로 인해 주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승호구역 주민들의 대부분이 세멘트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어 공장 가동 여부는 주민생활과 직결된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공장을 없애 버리라’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