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날개 달아준 ‘시국선언 무죄’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전북지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4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기존 결정 및 판례에 엇갈린다. 때문에 이번 판결이 전교조의 정치활동에 ‘면죄부’를 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교조는 작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당시 시국선언문은 미디어법 개정, 대규모 도심 집회 금지, MBC ‘PD수첩’ 수사 등을 두고 “민주주의 싹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19일 무죄를 선고한 전주지법 김균태 판사는 “(전교조 간부들의) 시국선언이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교사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면서 “시국선언 참가 교사 중에는 비조합원 교사도 있으므로 교원노조 활동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시국선언에 개별적으로 참여했고, 비조합원 교사도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지 않았다는 판결이다.


그러나 시국선언이 좌파 정치세력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고, 비조합원이 일부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은 전교조고 또한 서명 교사 다수가 전교조 소속이라는 점은 불변이다. 결국 전교조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법판결이란 날개를 달고 합법(?)을 가장한 정치활동 길을 터준 격이다.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판시의 중요한 근거로 들면서 앞으로 전교조가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활동을 주도하더라도 참여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는 이미 두 차례나 교육기본법 제6조 1항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했다.


지난 2004년 3월 헌재는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이 금지돼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중학교 교사 윤 모 씨 등 2명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 제31조 제4항(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따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현행 교육관련법에는 학문연구를 전담할 수도 있는 대학 교원과 달리 초·중등 교사는 기초지식 전달 등 학생 교육만 가능하도록 양쪽의 직무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며 “양쪽의 직무 본질과 근무형태, 자격기준 등이 다른 점을 고려할 때 대학교원(전임강사 이상)에게만 정치활동을 허용한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고 밝혔다.


또 2006년 5월 대법원은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반대’ 시국선언에 동참해 시국선언문을 돌리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1, 2심 판결을 그대로 따랐다.


당시 서울고법은 “교사의 판단이 미숙한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데, 시국선언문의 작성과 배부·게시 등의 행위들은 그 자체로 명백히 정치활동이며,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직무 전념 의무를 게을리 하는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행동”이라고 판결했다.


즉 법률이 대학교수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초·중·고등학교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지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 정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교조의 ‘교사 시국선언’이 학생들에 미치는 영향을 김 판사는 간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 초·중·고교 교사의 45%(18만명)를 회원으로 둔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은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커피숍에서 할 수 있는 대화의 표현 자유와 교단에 서는 교사의 표현 자유를 같은 차원에서 보면 안 된다”며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드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