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수해접촉, 당국 간 대화 계기되나

남북 적십자가 북한 수해 복구를 위한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9일 금강산에서 실무접촉을 갖기로 하면서 미사일 발사 이후 단절됐던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복원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접촉이 적십자 간 수해 지원이라는 한정된 이슈를 두고 만나는 자리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악화일로이던 남북관계에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특히 정부가 한적을 통해 10만 t에 이르는 적지 않은 쌀을 지원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굳혀 예상보다 빨리 남북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10만 t의 국산쌀을 지원하는 데는 수송료까지 포함해 총 1천8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적십자 간 대화, 당국 간 대화 발판되나 = 한적이 지난 14일 한완상 총재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수해 복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지만 17일 북측으로부터 답신이 올 때까지 정부와 한적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북측이 우리 측 제안에 답을 주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한적이 지원을 제안한 지 사흘이 지난 이날 아침까지도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자 정부 일각에서는 초조해하는 기색이 감지되기도 했다.

물론 정부와 한적은 인도적 긴급 구호의 성격상 북측의 답변이 없더라도 계획된 물량을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이 실무접촉 제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운신의 폭은 상당히 넓어졌다.

특히 적십자 간 접촉이긴 하지만 적십자가 관(官)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당국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남북 당국은 지난달 11∼13일 부산에서 열렸던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우리의 대북 쌀 지원 유보로 파행속에 종결된 것을 마지막으로 만남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아울러 남북 적십자가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주체라는 점에서 우리의 대북 쌀 지원 유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부는 한적을 통한 대북 쌀 지원은 인도적 긴급구호이며 이번 적십자 간 실무접촉도 이를 위한 기술적인 만남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일 훈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아 보인다.

◇ 대북 쌀 지원 10만 t으로 가닥 = 당국 간 대화를 꺼리는 북한이 적십자 대화에 응한 데는 우리 정부가 한적을 통해 적지 않은 규모의 쌀을 지원하기로 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직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쌀 지원의 규모를 10만 t 안팎으로 사실상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가 당초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인 ’수해 복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규모’이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강경해진 국내외 여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비록 이번 수해 지원이 인도적 긴급 구호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원 규모가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원 규모를 정하는데 있어 북한의 수해 규모도 고려되긴 했지만 발표하는 곳마다 그 규모가 천차만별로, 객관적인 데이타를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정적 변수는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대로 10만 t이 지원된다면 비록 우리 정부가 유보한 쌀 차관 규모(50만 t)의 20%에 이르는 양으로 충분치는 않더라도 북한의 식량난을 완화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쌀 지원을 계기로 같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편 국산쌀 시세가 t당 180만원이고 수송비가 t당 7만원 정도 든다고 가정하면 10만 t의 국산쌀을 지원하는 비용은 대략 1천870억원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 비용을 쌀 차관을 제공할 때처럼 남북협력기금과 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즉, 남북협력기금으로 국제시세에 준하는 쌀값(t당 33만원)과 수송비(t당 7만원) 등 t당 40만원을 부담하고 부족한 금액은 양특회계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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