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26일 “6자회담은 사실상 사망했으며, 앞으로 수 개월 내에 `변화된(revised)’ 형태의 다자적 메커니즘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처드 소장은 이날 워싱턴D.C.의 KEI 사무실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와 관련해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너무 조급하게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응해서는 안 되고, 동맹과 협력.협의 채널을 굳건히 하면서 최상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정부와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에 걸쳐 대북특사를 지낸 프리처드 소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과 관련,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있는데 굳이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없다”면서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앞서 자신이 지난 2003년 초 한국을 방문,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만났던 사실을 회고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오늘 아침 주미 한국대사관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프리처드 소장과의 일문일답.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핵실험을 했다고 보는가.

▲왜 지금 했느냐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실험을 했다는 점에서다.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으로부터 핵시설 검증 등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지만,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 등을 감안할 때 민족주의적이고, 융통성이 없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일련의 행동에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을 비판하는 유엔의장 성명이 채택된 것도 북한의 이런 행동을 재촉한 측면이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위해 핵실험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가.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고 `사망 선고’까지 내렸다. 북한은 과거 미국이 (교착상태가 되면) 양자회담을 모색하곤 했던 패턴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설령 미국이 양자회담에 임한다고 해도 그것은 다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정류장 구실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6자회담의 미래는 어떻게 되리라 보는가.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리라 확신이 가지 않는다. 6자회담은 사실상 `사망’했다. 앞으로 수 개월 내에, 특히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변화된(revised)’된 6자회담에 나오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 메커니즘은 똑같은 참가멤버와 어젠다를 갖게 될 수도 있으나, 6자회담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추구했던 목표는 같은 것이다. 다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그런 것이 완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오바마 정부가 출범후 대북정책을 분명하게 밝힌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반응해온 오바마 정부의 태도를 보면 신중한 편이었고 따라서 그런 입장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너무 조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북한이 대화에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겠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대화에 임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이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하며, 지금은 냉정하고 절제된 가운데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 협의를 하면서 최상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집중할 때라고 본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채택된다고 해도 과연 북한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겠는가.

▲물론 안보리 결의안이 북한에 상처를 주고,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는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고,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는 메시지 자체가 이 시점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생각은.

▲중국이 지나치게 많은 압박을 가해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그래서 중국의 이해관계가 위험에 처하는 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비난하고, 일정수준의 제재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동의해 주는 일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파키스탄과 인도와 같은 모델로 갈 수 있다고 보는가.

▲인도와 파키스탄는 전략적 중요성에서 북한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추구하는 모델을 따르고 싶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고립된 나라이며, 미국이 북한과 친하게 지낼 수는 있지만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은 전략적 중요성은 없다.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는 방법이 가능하겠는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하게 될 때는 설명이 매우 군색해 질 것이다. 법률적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는 것은 특정국가가 테러지원에 나섰다는 점이 확인돼야 하는데 이번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발사를 근거로 다시 명단에 올린다면 명단 자체의 신뢰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 행정부는 테러리즘 지원과 관련된 정황이 확보되지 않는 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북 특사파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있는데 굳이 특사를 파견할 필요는 없다. 헨리 키신저 또는 그 이상의 고위급을 북한에 보내겠다는 얘기인가 본데, 특사를 파견하는 일은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보즈워스가 방북하겠다고 했을 때 북한이 이를 거부한 것은 오판이었으며, 계산착오였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애초보다 강하고 보수적으로 대응하게 만들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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