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인된 남북합의 허점..’제2 유씨’ 우려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44)씨가 136일만에 풀려났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한 남북합의의 문제점은 여전해 언제든 ‘제2의 유씨’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되는 남북합의는 2004년 1월29일 체결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이하 합의서)’로, 그중 제10조 신변안전보장과 관련한 조문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유씨 억류 기간 남북이 가장 큰 입장차를 보였던 조문은 `북측은 인원이 조사를 받는 동안 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제10조 3항이다.

우리는 피의자 조사시 변호인 입회, 접견 등을 허용하는 것이 `기본적 권리’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봤지만 북측은 합의 어디에도 변호인 입회 등이 기본권으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조사가 종결되기 전에는 접견 등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14일 “과거 북측과 합의서를 만들기 위해 회담할 때 비록 합의서에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변호인 입회, 접견 등은 피조사자의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한다는데 대해 남북간에 양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조사자 기본권’의 내용이 적시돼 있지 않다 보니 북의 접견 불허 등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법적 문제로 몰고 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씨가 억류돼 있는 동안 우리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은 남북한 형사소송법에 모두 존재하는 변호인 입회 허용 조항과 조사기간 조항이 남북합의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항은 또 있다.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으로 추방하되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하여 처리한다’고 규정한 합의서 제10조 2항이 그것이다.

`합의처리’하도록 한 `엄중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지난 5월1일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유씨 행위를 ‘엄중한 행위’로 규정하며 “현재 조사를 계속 심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 우리측에서는 북이 유씨에 대해 ‘추방 이상의 조치’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기도 했었다.

유씨는 13일 추방 형식으로 석방됐지만 추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시 북한이 ‘기소’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정부는 2004년 합의서를 만들 당시 우리 인원이 북한법에 의해 처벌받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합의처리’ 조항을 북측에 끈질기게 요구, 관철시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별도의 합의처리’가 필요한 엄중한 위반 행위가 어떤 것인지를 합의서에 명시하지 않은데 이어 후속협의에서 보완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남북은 체제 차이 때문에 ‘기본적 권리’에도 차이가 있고 김일성 사진 훼손같이 우리측에서는 문제되지 않을 것도 북한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추상적 표현.개념을 모두 구체화하면 제일 좋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를 총괄적으로 보완해보고자 (지난 6월11일에 있었던 제1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남북출입.체류공동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