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않고 媤母모신 北부인에 “고맙고 미안해”

“당신을 알아볼 수가 없어.”

최길선(85) 할아버지는 결혼 6개월 만에 헤어진 뒤 57년 만에 금강산에서 다시 만난 북측 아내의 얼굴이 기억 속의 모습과 너무도 달라져 있자 “이렇게까지 늙었을지는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물을 훔쳤다.

20일 오후 3시 북한 금강산호텔 2층에 마련된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부부상봉을 한 최 할아버지는 친정집에 가 있던 부인 송종순(76)씨를 홀로 놓아둔 채 1.4 후퇴 때 피난길에 올라 기약없는 생이별을 하게됐다.

5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이뤄진 만남 속에서 최씨는 기가 막힌다는 듯 “못 알아보겠다. 당신은 나를 알아보겠느냐”라고 묻고 또 물었지만 송 할머니는 남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그런 모습에 최씨는 더 가슴이 아픈 듯 “왜 이렇게 늙었느냐”며 야속하게 지나버린 세월만 탓했다.

함께 나온 처남 종만(74)씨는 최씨가 평양 12중학교에서 물리와 화학을 가르칠 때 제자였지만 그의 얼굴에서도 57년 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까까머리 소년이 주름 많은 할아버지가 되어 나타나자 최씨는 또 한번 눈물을 머금으며 “못 알아보겠다”를 연발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부부는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 최씨는 혼자 살고 있는 서울집 구석구석을 촬영해 부인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들고 왔다”며 “어때 혼자 살아도 깨끗하게 살지”라고 부인에게 물으면서 밝게 웃었다.

언제 돌아가셨는지 몰라 제사도 제대로 지내지 못한 채 두고두고 한이었던 어머니 소식도 물었다.

부인 송씨가 1961년 3월15일이라고 정확하게 시어머니의 기일을 전해주자 최씨는 가지고 간 종이 위에 펜으로 또박또박 날짜를 적어 내려갔다.

후퇴하는 국군을 따라 해주를 거쳐 서울에 정착한 최씨는 남한에서 재혼하고 슬하에 딸 하나, 아들 둘을 뒀다. 대학교수, 초등학교 교사 등으로 잘 자란 남쪽 자식들에 대한 자랑이 이어지자 북쪽에서 시어머니를 모신 채 재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아온 송 할머니의 얼굴에는 서운한 표정이 스쳤다.

양자 한 명을 아들로 들여 키웠을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최씨는 “아..”라는 탄식을 내뱉으며 “그랬구나. 그랬구나..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만 죄인처럼 되뇌었다.

최씨는 “만나러 나오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시 결혼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면서도 “그 긴 세월을 혼자서, 나도 못한 효도까지 하면서 살아줬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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