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 탈북자가 목숨 걸고 쓴 ‘북한 교화소’ 실상

“비록 ‘죄인’의 신분이지만 국가가 정한 교화노동을 통해 자신이 지은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노동재해와 전염병, 폭행, 총살로 죽어가는 북조선 교화소의 현실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입니다”

재중 탈북자 리준하씨가 전하는 북한 ‘전거리 교화소’의 현실이다.

‘교화소 이야기’(도서출판 시대정신)는 북한의 일반 교화소의 실상을 최초로 밝힌 책으로, 저자는 우발적인 실수로 죄를 짓고 제12호 교화소에서 5년간 복역했다. 교화소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청진 방향으로 약 30리쯤 떨어져 있는 작은 농촌마을인 ‘전거리’ 부근에 위치해 있다.

죄인이 수감된 교화소라고 하면 보통 남한의 교도소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끔찍한 수용소 환경과 간수들의 악행, 고된 노동 등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인간을 쥐처럼 먹이고 소처럼 일시키며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인식하는 곳’이라는 저자의 표현이 북한 교화소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아무리 죄를 짓고 교화소에 왔다지만, 그 죄에 합당하는 벌을 받고 살기에 북한 교화소의 생활환경은 열악했다.

빈대, 벼룩, 바퀴벌레, 모기가 1년 내내 득실대고 변 냄새가 가득한 수용소. 일 년 내내 입은 옷 그대로 잠을 자고 일해야만 하고, 바닥이 다 닳아 발가락과 발뒤꿈치가 훤히 보이는 신발을 신고 살아야 하는 그곳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식량배급 또한 형편 없었다. 강냉이 밥과 양배추 잎 한두 오리가 동동 뜬 냄새나는 소금국 세끼만이 배급의 전부였다. 그러면서도 노동교화는 혹독하게 시켰다. 저자가 배치된 벌목반의 경우 하루 종일 부실한 도끼로 수백 kg의 통나무를 찍어 옮겨야 했다. 허약병을 못 이겨 쓰러진 사람에겐 가차 없이 간수들의 욕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죄인들은 부실한 노동기구 때문에 죽어나갔다. 저자가 수감돼 있는 동안에도 대차(지프차 4대분을 대신하는 쇠수레, 20-30명의 죄인이 직접 끌어 나무를 운반하는 것)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불구자가 됐다. 대차 바퀴에 갈려 죽은 사람,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 대차에 실은 나무에 찍혀 죽은 사람들이 허다했다.

오죽하면 죄인들이 대차를 두고 ‘원한의 대차’라고 불렀을까? 교화소 보안원들은 대차를 ‘연료가 필요 없는 편리한 운송수단’으로 여겨 장려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전염병도 죄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독같은 존재였다. 갑자기 열병이 수용소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을 때 교화소에서는 전염병 걸린 죄인들을 병방에 격리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교화소에 있는 약은 거의 모두 군의들이 빼돌린 지 오래다. 저자는 네 차례나 교화소를 휩쓸었던 전염병으로 190여 명이 무리죽음을 당했다고 전한다.

죽을 죄도 아닌 죄 때문에 교화소에 들어와서 허약병이나 노동재해로 죽는 것도 억울한 일인데, 시신마저 가족들에게 돌려보내지지 않고 불망산 화로에 태워 버린다고 한다. 면회 온 가족에게 얼어 죽은 가장의 시신조차 보여주지 않고 바로 화장해 버린다는 저자의 회고에선 치가 떨렸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10일 동안 경험한 독방생활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그는 발뒤꿈치를 땅에 닿지 못하게 하고 발끝으로 서 있게 하는 고문, 두 팔을 뒤로 묶어 공중에 매달리기 등 수많은 고문과 폭행을 경험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가로 세로 1m밖에 되지 않는 독방에서 살아야 했던 저자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이곳에선 죽지 않겠다며 치욕스런 교화소 생활을 버텼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리 속에선 수없이 남한 교도소와 북한 교화소가 비교됐다. 남한 교도소는 죄인들을 수감하는 게 목적이지만, 죄인들이 다시 사회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교정교화하는 역할도 한다.

반면 북한 교화소는 죄인들이 자기 죄를 반성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도 포악하고 교활한 짐승으로 만들어 놓는 곳이었다. 저자는 열심히 노동을 해도 먹는 문제조차 해결해주지 않으니 누구나 ‘내가 살기 위해 너를 딛고 올라서야 한다’는 포악성을 먼저 배우게 된다고 했다.

북한 교화소 죄인들 중에는 사기꾼, 살인자, 강간범, 강도, 좀도둑처럼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70% 이상은 교통사고를 비롯한 과실에 의해 죄를 짓게 된 사람들이라고 한다. 식량난이 심하던 시기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음식을 훔친 경제범들도 많다. 하지만 그 죄에 비해, 그들이 치를 죄 값의 크기는 너무나 가혹했다.

빈대와 벼룩이 득실대고, 배고픈 몸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곳, 배려심보다 포악성을 먼저 배운다는 북한의 교화소. 지금도 노동교화라는 명목아래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죽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제라도 중국에 숨어사는 한 탈북자의 위험을 무릅쓴 용기 있는 집필로 북한의 교화소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교도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북한 교화소 일상과 인권유린 실태를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북조선 교화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악행과 인권침해에 대해 같은 민족인 한국 인민들과 자유와 인권을 옹호하는 세계 인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꼭 이뤄지길 기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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