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 동포학자 “겨레말 통합·집대성 절실”

재중 동포학자들은 30일 ’겨레말큰사전 편찬을 위한 전문가 초청회의’에 참석해 겨레말의 통합과 집대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신세기일항호텔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중국의 동포학자와 남한의 언어학자들이 겨레말 통합 방안을 본격 논의한 자리로 그 의의가 컸다.

현지 학자들은 이 자리에서 남북, 해외의 겨레말 어휘를 아우르는 사전 편찬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통일된 언어규범을 마련하고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학자들은 나아가 우리말 교육 과정에서 한국어와 조선어, 표준어와 문화어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많이 겪고 있다며 민족어 집대성과 체계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중 동포학자들이 내놓은 의견을 정리했다.

◆안병호 베이징대 교수 = (남북이) 표준어와 문화어라는 규범을 세워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가 고민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똑같은 말을 중국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양편의 해석이 같지 않기에 설득력 있는 답을 주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

중국에서 외국어로서 한국어/조선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상상 외로 많이 늘어나고 있어 그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우리말을 세계화하려면 언어의 통일 문제가 급선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우리 민족어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일이다.

◆류은종 저장월수외국어대 교수 = 한 국토에서 사는 남북이 먼저 언어를 통일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동포 사이 의사소통을 증진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남의 ’이번엔 내가 쏜다’(한턱 낸다), 북의 ’딱소리 난다’(에누리 없다)는 표현은 통하지 않는다.

남북의 기준(언어규범)이 달라진 것만 해도 문제인데 중국 내 기준이 또 있으니 머리가 아프다.

◆최희수 톈진외국어대 교수 = 중국에서 민족어로서 우리말 교육은 인구의 감소, 조선족 마을의 해체, 한족학교로 진학 증가 등으로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반대로 외국어로서 우리말 교육은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중 수교 이후 경제·문화교류의 발전에 힘입어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어·조선어 교육 현장에서 문제는 학습자들이 우리말 사전을 이용하기 어려워하는 것이다.

지금 남과 북에서 편찬한 여러 가지 사전들이 팔리고 있어 타민족의 우리말 공부에 혼란을 준다.

겨레말큰사전이 이러한 혼란을 피하고 우리말 교육에 이로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리원길 중앙민족대학 교수 = 조선족 방언에는 남이나 북보다 방언요소를 더 뚜렷이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방언 어휘로 인정돼 문학작품에서 쓰지 않았지만 후에 북의 사전에서 문화어로 격상시키는 바람에 다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바이’(나이 지긋한 남자에 대한 존칭), ’바쁘다’(일이 어렵다) 등이 그 예다.

방언 어휘 중 어떤 것을 가려뽑아 겨레말큰사전에 등재할 것인가를 깊이 논의해야 한다.

◆김광수 옌볜대 교수 = 남북이 전문용어 구축사업을 국가적 기반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전문용어 표준화와 통일 사업은 시대적 요구다.

남북이 자체의 규범에 따라 전문용어를 정리, 구축해 통일이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협력할 일이 너무도 많다.

◆박문봉 민족출판사 조선문편집실 주임 =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조선족 언어생활은 북측의 규범으로부터 점차 남측의 규범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식의 ’제3의 언어규범’을 고수, 폐기, 조정할지 준엄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이 조선족과 한반도의 언어소통에서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이려추 베이징외국어대 교수 = 독일어의 동서 통일은 권위 있는 사전출판사인 두덴에서 통합사전을 편찬하면서 이뤄졌다.

중국에서도 2003년 베이징어언대학과 대만 중화어문연습소 학자들이 6년에 걸쳐 ’양안현대한아상용어사전’을 공동 편찬했다.

(이를 통해) 언어적 차이를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적 통일의 기초는 닦아놓았다.

외국의 언어통일 방법을 연구해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연합